SNU 메딕스는 지난달 10일 예선 첫 경기에서 클럽 레전드를 꺾은 뒤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이들은 천하무적 야구단과 맞붙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이응직(39) SNU 메딕스 단장은 “천하무적 야구단은 강팀이다. 남은 3주 동안 시간을 쪼개서라도 훈련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 밖이었다. SNU 메딕스는 지난 7일 신월구장에서 열린 천하무적 야구단과 경기에서 11-7로 극적인 재역전승을 거뒀고, 상승세를 몰아 3회전에서도 서울고 OB를 13-5로 따돌렸다. 쟁쟁한 팀들이 많았던 6권역 예선에서 SNU 메딕스는 3회전까지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며 32강 본선에서 최대 ‘복병’으로 떠올랐다.
SNU 메딕스는 1972년생부터 1982년생까지 10년 차이의 서울대 의대 동문들로 꾸려진 팀. 멤버 전원이 현역 의사들이다. 외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 전공도 다양하다. 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못하지만 10년 전부터 메디컬리그에서 다져온 기본기를 바탕으로 주자 견제부터 중계 플레이까지 웬만한 중학교야구 팀 못지않다. SNU 메딕스의 경기를 지켜 본 대회 관계자들은 “직장 동호인 출전 팀 가운데 가장 전력이 탄탄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상을 당해도 의사라 걱정이 없겠다는 주변의 우스갯소리도 듣지만 부상 정도를 알면 알수록 더 불안하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오히려 그들만이 알고 있는 심각한 부상을 입을 까봐 노심초사 한다고 했다.
대전의 한 병원 재활의학과에 재직 중인 김호근(31) 감독은 “일단 1차 목표는 달성했다. 만족한다”며 “이제는 배운다는 자세로 본선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탄한 전력을 갖췄음에도 SNU 메딕스가 베일에 쌓여있었던 이유는 입상 경력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9년 창단한 SNU 메딕스는 지난해 TK리그에서 3위를 차지한 게 전부다. 전국 단위의 사회인야구대회에는 이번이 첫 출전이다.
팀의 에이스는 1회전에서 잘 던진 김신우(30)씨. 오른손 기교파 투수로 타자를 맞혀 잡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게 김 감독의 평가다.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이라 다른 사회인야구팀보다 체력적인 면에서 뒤질 게 없다는 것도 SNU 메딕스의 전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김 감독은 “8강전부터 TV 중계가 시작된다고 들었다. 우리 팀이 전국적으로 알려져 연습 상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김 감독은 이어 “전국 단위의 사회인야구대회에 참가하게 돼 큰 영광”이라며 “큰 대회에서 우리의 실력이 어느 정도 인지 확실히 평가 받고 싶다. 매년 참가해 봉황기 본선에 단골손님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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