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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지하방 퇴출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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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지하방 퇴출 프로젝트

입력
2011.08.1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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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말 그대로 물밀듯 콸콸 밀려드는데 병 들어 사지 못 쓰는 어머니는 힘에 부쳐 못 옮기겠고. 내가 늙어 어머니도 구하지 못하게 됐다는 생각, 내가 가난해 물 드는 지하방에 어머니를 살게 했다는 생각에 잔뜩 피울음만 토했죠."

지난 번 우면산 수재 다음 날 한 노인이 어머니와 자신이 사는 지하방 앞에서 끔찍했던 전날의 기억을 온몸에 소름 돋아 가면서 떠올리는 장면이 아직도 뇌리에 콱 박혀 있다.

다 알다시피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따라서 비가 많이 내리면 지면 아래 있는 지하방으로 온 동네 물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지사. 홍수 피해를 1번 타자로 당하고 마는 것이다. 다행히 이 노인의 어머니는 119구급대가 와서 구조해 줬지만 이런 지하방에서 수해는 일종의 예정 사항이나 다름없다. 생명을 담보로 맡겨 놓고 산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느낌도 섬뜩한 지하방은 얼마나 있을까. 11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2010년도 주거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의 지하방(반지하방 포함) 거주 비율은 6.92%나 된다. 수도권 주민 100명 중 7명이 목숨 내놓고 산다는 얘기다.

지하방은 생활 조건도 열악하다. 평소에도 습기가 많이 차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쉬운 것. 습기로 곰팡이 소굴이 되는 것도 건강 위협 요소가 된다.

실내가 냉ㆍ온탕이 돼 버리는 것도 문제. 지하방은 지하라는 특성상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하방이 딸린 집은 싸게 짓는 바람에 대부분 벽에 단열재를 넣지 않아 열과 냉기가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이런 이점을 살리지 못한다. 더구나 지하방 거주자가 대부분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다 보니 냉방과 난방을 충분히 못한다. 그래서 거주자들은 더위나 추위와 맨몸으로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러다 노인 거주자들이 숨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하방은 범죄에도 엄청 취약하다. 창문만 뜯으면 안으로 아무 장애 없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범인이 지하방 창문을 따고 침입해 물건을 훔쳤다, 성폭행을 했다는 것은 너무 비일비재해 뉴스도 안 될 정도다.

어느 모로 보나 지하방은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못 된다. 하지만 가난해서 그냥 죽지 못해 사는 것이다. 가난해서 물에 빠져 죽고, 가난해서 병에 걸려 죽고, 가난해서 범죄로 죽고. 이건 주요20개국(G20) 의장국가인 한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지하방 퇴출 프로젝트. 지하방에 사는 사람들이 지상의 주거 공간으로 이사할 때 돈을 무상 지원해 주는 것이다. 지하방의 전세를 빼고 지상의 방을 임차할 때 그 차액을 지원해 주는 것이니 그리 재정적 부담이 크진 않을 것이다.

요즘 정치권을 보면 여야 없이 복지병에 걸려 있는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황당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이들이 쏟아낸 공약에 필요한 예산이 30조원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정작 지하방 같은 서민에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에 대해선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이제라도 방향을 제대로 잡을 일이다.

이은호 선임기자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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