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를 포함한 범현대가 그룹사들이 5,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출연해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하기로 한 것은 이를 주도한 정 전 대표의 대선 행보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대표는 이번에 2,000억원가량의 사재를 출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정 전 대표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안타까워했으며 평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얘기해왔다"면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맞은 지난 3월부터 정 전 대표의 제안으로 범현대가의 사재 출연이 검토됐다"고 설명했다. 정 전 대표 측은 "복지재단 설립은 정 전 대표의 대선 행보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전 대표는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16일 복지재단 설립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에도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사재 출연이 정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정 전 대표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 대표에서 물러난 이후 대선주자 지지율이 하향 곡선을 그려왔지만 이번 사재 출연으로 다시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 가능성이 있다.
또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학등록금과 보육 등 복지 이슈가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정 전 대표가 재산의 사회 환원을 통해 복지에 관심을 갖는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여권 일각에서는 정 전 대표의 사재 출연이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세론을 일정 부분 견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래서인지 여야 정치권은 정 전 대표의 사재 출연 배경에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긍정적 반응이 많았으나 정치적 의도 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시각도 일부 있었다.
한나라당 친이계의 대다수 의원들은 정 전 대표의 출연에 대해 환영했다. 한나라당 친박계 인사들도 일단 "재산이 많은 정 전 대표가 사회를 위해 거액을 출연한다는 것은 기부 문화의 좋은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친박계의 한 인사는 "정 전 대표의 기부는 대선 구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선 출마라는 정치적 동기가 없이 기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은 반응이 다소 엇갈린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15일 구두 논평을 통해 "어느 때보다도 부유층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시점에 용단을 내린 것을 환영한다"면서 "청년실업 해소 등을 위한 순수한 마음에서 기부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청년실업을 심화시키고 반값등록금을 가로막는 한나라당 전 대표의 장학재단 설립은 정치쇼"라고 비판했고, 진보신당 강상구 대변인도 "재산 기부가 잘못은 아니지만 반값등록금 실현에 노력하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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