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다방이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청춘다방에서 다른 세계를 경험해 보고 싶습니다." 패기 넘치는 자기소개서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평균 연령 70세의 할아버지들.
매주 일요일, 할아버지 11명이 '특별한 다방 종업원'으로 변신한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당인리 발전소 앞 카페에서 열리는 '청춘다방' 이야기다.
청춘다방은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에서 세대 간 통합과 소통을 목적으로 마련한 프로젝트다. 이곳에선 바리스타 복장을 하고 나비넥타이를 맨 할아버지들이 젊은 손님들에게 커피를 나른다. 원하면 상담도 해 준다. 손금에 조예가 깊은 할아버지의 상담은 특히 인기가 많다. 손님들은 가게 안에서 할아버지 대신 '프린스'란 호칭을 붙여 부른다.
할아버지들 복장이 몇 해 전 남자들로만 이뤄진 커피전문점을 배경으로 다룬 드라마에 나오는 복장과 비슷한데다, 젊게 살고 싶은 할아버지들의 강력한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매니저인 채혜원(31)씨는 "'노인'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지하철에서 야단치는 할아버지'의 이미지를 깨고 싶었다"며 "노인들이 세대 통합의 주체로서 노력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할머니는 없이 할아버지만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할머니 보다는 할아버지에 대한 젊은 층의 인식 변화가 시급해 보였다"고 설명했다.
청춘다방 멤버 중 최고령자인 홍옥근(80)씨는 젊은 층과의 소통 비법으로 "잘 들어주는 것"을 꼽았다. 1932년생인 그는 대한가족계획협회(현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20년 넘게 일하다 정년 퇴직했다. 이후 한국청소년연맹의 청소년 상담을 시작으로, 노인 상담, 호스피스 활동 등 10년 넘게 봉사활동을 하다가 서울노인복지센터 추천을 받아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젊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그 친구들한테 '고맙다'는 말을 들을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홍씨의 대답이다.
이곳에서 새로운 꿈을 꾸는 사람도 있다. 정수경(75)씨는 청춘다방 프로젝트를 마친 뒤 카페를 운영하겠다는 생각으로 현재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다. 청춘다방에서 실무를 경험하고 젊은 친구들의 감각을 익힌 뒤 창업하겠다는 각오다.
6월 12일 처음 문을 연 청춘다방은 테이블 7개가 전부지만 하루 약 30명의 손님들이 꾸준히 찾는다. 최근 비가 많이 온 데다 오후 1시부터 7시까지만 영업하는 걸 감안하면 호응이 큰 편이다.
청춘다방에선 매주 다양한 이벤트도 볼 수 있다. 카페 앞에선 수시로 바자회를 열고 수익금을 세대 간 화합에 힘쓰는 단체에 기부한다. 지난달 24일에는 '젊은 다큐 감독들의 영화'가, 12일에는 작년 서울노인영화제 수상작들을 상영하는 '꽃노년 영화제'가 차례로 열렸다. 또 9월에는 젊은 세대와 노인들이 패널로 참여하는 '100분 토론', '탈북 청년들과 할아버지들의 만남' 등의 행사를 열고 세대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청춘다방 프로젝트는 10월 13일까지 계속된다. 커피 값은 1000원이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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