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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스파이 명월' 한예슬 촬영거부로 초유 펑크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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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스파이 명월' 한예슬 촬영거부로 초유 펑크 사태

입력
2011.08.1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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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 주연배우가 촬영을 거부한 채 해외로 떠나 방송이 펑크 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방송 관계자들에 따르면 KBS 월화드라마 '스파이 명월' 주인공 한예슬이 제작진과 불화로 14,15일 이틀간 촬영에 불참한 데 이어, 15일 오후 미국행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예슬의 소속사가 침묵하는 가운데 한예슬이 은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KBS는 15일 방송을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하고 16일 정규방송을 내보낼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예슬의 복귀가 불투명해지면서 향후 '스파이 명월' 조기종영 등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인터넷에서는 불방 사태를 부르고 무책임하게 미국으로 떠난 한예슬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생방송 드라마'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빠듯한 현재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서 마녀사냥 하듯 한예슬만 비난할 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지만 무책임한 배우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한자릿수 시청률에 불화까지 '엎친 데 덮쳐'

한예슬은 13일 연출자 황인혁 PD와 크게 다투고 촬영장을 떠난 뒤 제작사에 연출자 교체를 요구하며 15일까지 복귀하지 않았다. 에릭 조형기 유지인 등 출연자들은 한예슬을 제외한 분량을 촬영했으나 15, 16일 방송 분량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결국 KBS는 15일 본 방송을 취소하고 그간의 하이라이트를 모은 스페셜 편성으로 긴급 대체했다.

가뜩이나 낮은 시청률에 불방 사태까지 겹쳐 '스파이 명월'은 그야말로 궁지에 몰렸다. 이 드라마는 한예슬 에릭 등 톱스타들의 출연과 북한 간첩과 한류 스타의 로맨스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청률은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시청률이 5%대까지 떨어져 작가가 교체되기도 했다. KBS는 여배우 교체설 등 복안을 밝혔지만 한예슬이 끝내 출연을 거부할 경우 사실상 대책이 없다.

주연배우의 사고나 천재지변이 아닌 배우 한 사람과 제작진의 갈등으로 방송 펑크로 이어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올 초 조민기가 MBC '욕망의 불꽃'의 정하연 작가를 겨냥한 비난을 트위터에 올리고, 최근 종영한 MBC '리플리' 주연배우 4명이 드라마 방향에 대한 불만으로 종방연에 불참하는 등 드라마 제작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갈등은 존재한다. SBS '대물'은 오종록 PD와 황은경 작가가 교체되자 고현정을 비롯한 출연진이 집단으로 촬영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한예슬의 촬영 거부는 다른 출연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개인적인 행동으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9시간 지각' 한예슬 불성실 도마에

한예슬과 제작진의 갈등은 저조한 시청률, 촬영스케줄 조율을 둘러싼 잡음, 그리고 한예슬의 잦은 지각에서 비롯됐다. 방송가에는 "한예슬이 밤샘 촬영에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주5일 촬영 보장을 요구했다더라"는 얘기가 떠돌았다.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예슬은 12일에도 오전 6시30분부터 촬영 일정이 잡혀 있었으나 9시간이나 지각한 오후 3시가 넘어서야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불성실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다 배우와 제작진 간의 이견을 중재해야 할 소속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뒷얘기도 나온다. 한예슬은 대형 매니지먼트사 싸이더스 HQ 소속이나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어 수습에 소극적이었다는 것. 실제 싸이더스 HQ는 이번 사태에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이번 한예슬 사태는 그간 성실하지 못한 태도 그의 때문에 더 큰 비난에 직면했다. KBS 고영탁 드라마국장은 "시청률도 생각보다 안 나오고 네 탓, 내 탓하는 과정에서 한예슬이 연출자 탓을 한 것 같다"며 "한예슬이 광고를 찍으러 간다며 촬영장을 무단 이탈해 촬영을 펑크 낸 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 프로덕션 관계자는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주연 배우가 책임감 없이 행동해 불방까지 간 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각종 소송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질 논란으로까지 번지면서 한예슬 측도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연예계에서는 "은퇴가 아니면 이렇게 까지 막무가내일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으며 시청자들도 분노하고 있다. '스파이 명월' 시청자 게시판에는 "최정상 스타도 아닌데 너무 무례하고 개념 없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서는 한예슬 퇴출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살인적 스케줄ㆍ쪽대본 고질적 문제 떠올라

그러나 살인적인 스케줄을 잡아놓고 "방송은 나가야 할 게 아니냐"며 오롯이 배우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건 문제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최근 SBS '무사 백동수'에 출연하는 유승호와 MBC '넌 내게 반했어'의 박신혜 등 배우들이 교통사고로 수난을 겪는 것도 촉박한 촬영일정 탓이 크다. 지방 촬영도 많은데다 연일 밤샘이다 보니 체력은 바닥나고 그야말로 '링거 투혼'이 당연시되고 있다. 쪽대본과 급박한 촬영으로 제대로 된 연기를 고민할 시간도 없다. 미니시리즈의 경우 방송 당일날까지 촬영해 부랴부랴 편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해 늘 방송사고 위험이 상존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배우들이 아예 A급 배우들은 드라마 출연 자체를 꺼리기도 한다. 충무로에서 주연급으로 활약하고 있는 한 남자배우는 "급하게 준비해 급하게 찍는 드라마는 맞지 않는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계속 영화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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