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의 교섭형태는 노사관계의 역사와 관행에 따라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처럼 교섭창구단일화를 법으로 강제하는 나라는 미국과 캐나다 정도다.
미국은 독립기구인 노동위원회(NLRB)가 관장하는 ‘인증선거(certification election)’를 통해 교섭노조를 뽑는다. 노동자의 30%의 지지를 얻는 노조만 선거에 참여할 수 있고, 이 노조가 선거에서 50% 이상의 지지를 얻으면 배타적인 교섭권을 획득한다. 인증선거 과정에서 노사 모두가 찬반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다. 회사는 근무시간 중에도 반대 캠페인을 할 수 있지만 노조는 휴식시간이나 일과 후에만 찬성 캠페인을 할 수 있어 사측이 다소 유리하다. 고용노동부와 재계는 미국식 제도가 우리의 교섭창구단일화제도와 같다고 본다. 하지만 ‘1사1교섭’이 정착된 미국의 교섭관행에 비추어 인증선거제도를 노조의‘설립절차’로 보는 견해도 있다. 캐나다도 교섭단위 내 전체 노동자의 과반을 차지하는 노조가 교섭대표권을 갖는다. 사측은 교섭대표 노조 이외의 노조와는 교섭을 할 수 없다.
프랑스는 여러 노조와의 교섭이 모두 가능하지만 ‘대표노조제’를 시행, 소수노조의 권리를 일정하게 제한한다. 대표노조가 되기 위해서는 10% 이상의 조직률 확보, 설립 후 2년 경과, 프랑스공화국 가치에 충실해야 하는 등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러나 회사는 다수의 대표노조와 교섭할 수 있으므로 프랑스의 대표노조제는 우리의 교섭창구단일화제도와는 차이가 있다. 회사측은 조직률은 낮지만 대표노조의 자격을 가진 어용노조와 결탁해 단협 등을 체결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렇더라도 조직률 50% 이상인 노조(연대도 가능)가 이를 거부하면 소수노조의 단협은 무효가 된다.
일본의 경우 모든 노조가 회사와 교섭할 수 있는‘개별 교섭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노조의 교섭결과를 소수노조들이 추인하는 것이 관행이다. 일본이 개별교섭을 허용한 배경은 태평양 전쟁 패전 직후 좌파 노조의 힘이 강력했기 때문이다. 맥아더 사령부는 우파노조를 지원하기 위해 모든 노조와 교섭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들었지만, 1960년대 말 이후 좌파 노조는 힘을 잃었고 현재 일본은 대개 사측에 협력적인 우파노조가 다수노조를 차지하고 있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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