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인도의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개봉한 볼리우드 영화에 인도 전역이 들끓고 있다. 불가촉천민(달리트)으로 불리는 최하층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항의시위가 일면서 3개 주에서 영화 상영이 금지됐다.
12일(현지시간) 개봉한 영화 '아라크샨'(보호)은 인도 정부의 소수자할당정책으로 대학에 진학한 달리트 학생의 이야기를 통해 카스트 제도에 따른 차별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감독의 의도와 달리 "달리트는 지저분하고, 상류층의 구두나 닦는 일에 적합한 사람"이라는 주인공의 대사가 하층민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영리한 달리트 청년 역을 왕족 출신의 배우 사이프 알리 칸이 맡은 것도 문제가 됐다.
성난 시위대는 감독의 인형을 불태우는 등 격한 반응을 보였고, 인도에서 세 번째로 큰 펀자브 주 등이 영화 상영을 금지했다. 하층카스트를 위한 국가위원회의 P L 푸니아 회장은 "영화는 달리트를 적대시하고 정부의 하층민 보호정책에 반대하는 대사로 가득 차있어 공동체의 긴장만 더 키웠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극단주의자의 테러를 우려해 주연을 맡은 인도 국민배우 아미타브 밧찬 등 연기자들에 대한 경호와 극장 경비를 강화했다.
인도에 만연한 족벌정치와 부패문제를 꼬집어 명성을 쌓은 프라카쉬 쟈 감독은 "상영금지 결정은 정치적"이라며 법원에 상영금지처분 취하를 청구했다. 그는 "계층문제는 민감한 이슈지만 항상 마음에 새겨야 한다"고 밝혔다.
인도는 1947년 독립 직후 차별철폐법을 만들었지만 1,000년 이상 이어온 카스트제도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급격한 경제성장에도 하층계급은 취업ㆍ교육의 기회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되면서 계층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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