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의 정치권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겉돌고 있다. 거물 정치인에게 이 은행의 구명 로비를 벌인 인물로 지목된 박태규(71ㆍ캐나다 도피)씨의 신병 확보가 여전히 답보 상태에 있어, "이대로 가면 변죽만 울리다 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최근 박씨의 조속한 신병 확보를 위해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 소속 수사관 7명을 뽑아 '박태규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퇴출 위기에 몰린 부산저축은행이 지난해 6월 1,000억원 유상증자에 성공한 것으로 볼 때 박씨의 로비가 통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나, 박씨는 지난 4월 초 돌연 출국한 이후 종적이 묘연한 상태이다.
검찰은 그 동안 여권 취소 후 강제퇴거, 범죄인 인도청구, 인터폴 적색수배 등 다각도로 조치를 취했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자 박씨 신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토대로 주변인물을 압박해 박씨가 자진 귀국하도록 하겠다는 새로운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강력한 수사의지 표명이다. 하지만 "맨 땅에 헤딩하는 식의 수사"라는 냉소적 반응이 적지 않다.
전(前) 정권 로비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박형선(59ㆍ구속기소) 해동건설 회장에 대한 수사도 잘 풀리지 않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을 상대로 두 달 이상 강도 높은 조사기법을 동원했으나 유의미한 진술은 전혀 얻지 못했다. 여기에 현 정권 인사인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 대해 재청구한 구속영장마저 기각돼 수사 의지가 꺾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상대 신임 검찰총장이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어떻게 마무리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태규 전담팀' 구성은 한 총장이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정관계 로비 수사에 중수부의 화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의 축소ㆍ부실수사 비판을 의식해 일단은 박씨 검거를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 뒤, 자연스럽게 마무리 국면에 들어가는 일종의 '출구전략'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검찰 고위 간부는 "전임 총장의 사건을 이어받기보다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새로운 수사를 시작하고 싶어하는 게 신임 총장으로서 솔직한 심정일 것"이라고 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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