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박지성(30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올드 트래퍼드에 입성할 때 그의 성공을 예견한 이는 많지 않았다. 박지성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진화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을 향한 회의적인 시선을 떨쳐냈다. 하지만'생존'에 대한 불안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적과 관련한 소문이 늘 꼬리를 물었고 경기 출전이 뜸하면'팀 내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제기됐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생존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고 한층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게 됐다. 구단에서 베테랑으로서 그의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맨유는 12일(현지시간) 박지성과 2년 재계약 체결을 발표했다. 새로운 조건이 적용됨에 따라 2012년 만료되는 종전 계약은 소멸되고 2013년까지 맨유 유니폼을 입게 된다. 관례에 따라 연봉은 공식 발표되지 않지만 종전보다 30퍼센트 정도 오른 470만파운드(약 8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맨유는 현재 세대 교체가 진행 중이다. 젊은 선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오랫동안 팀에 몸담았던 베테랑이 차례로 팀을 떠나고 있다. 선덜랜드로 이적한 웨스 브라운(32), 존 오셔(30)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러나 박지성은 크게 오른 연봉으로 잔류했다. 그의 중요성을 팀에서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다.
재계약으로 팀 내 위상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박지성의 올 시즌 연봉은 웨인 루니, 리오 퍼디낸드에 이은 팀 내 최상위급이다.'연공서열'로 따져도 라이언 긱스(1990~), 대런 플레처(2001~), 퍼디낸드(2002~), 루니(2004~)에 이어 5번째에 해당한다. 올 시즌'소리 없는 영웅'이 아닌 '당당한 주연'으로 팀 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박지성은 앞으로 매 시즌 활약에 따라 계약을 경신하게 된다. 한 두 번 정도 계약을 경신하고 우승 트로피를 몇 개 더 추가할 경우 '레전드'의 요건은 충분해진다. 2005년 당시만 해도 언감생심 같던'맨유의 레전드'반열에 오르는 꿈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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