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우리나라 대외의존도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높아졌고, 당초 예상치인 올해 4%대 성장률은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외 불확실성에 취약한 소규모 개방 경제구조에 수출로 먹고 사는 처지라 자칫하면 글로벌 위기 장기화→수출 경쟁력 악화→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수출과 수입 비중은 110.1%로 2008년 4분기(114.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외의존도를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GDP대비 수출입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8년 4분기 정점을 찍은 뒤 90%대를 유지하다 2010년 2분기부터 100% 넘어서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의 대외의존도는 선진국과 경쟁국들을 능가했다. 2009년 기준 GDP 대비 수출입 비중은 95.9%로, 일본(24.8%) 미국(25.1%) 중국(49.1%) 영국(57.7%) 독일(76.7%)에 비해 크게 높았다. 또 다른 대외의존도 지표인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중 역시 2008년(110.7%) 사상 처음 100%를 넘어섰다가 떨어진 뒤 지난해(105.3%) 다시 반등했다.
그나마 미국과 유럽에 대한 수출입 비중이 소폭 감소하고, 중국 및 동남아 비중이 늘었다는 게 위안 거리다. 일각에선 "수출 다변화를 통해 미국 등 선진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줄여왔기 때문에 최근 위기의 악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한국금융연구원 박해식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수출 비중에서 미국 의존도가 낮아졌다는 건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이 줄었다는 의미도 되는 반면, 대미 의존도가 높아진 우리의 주요 교역상대국으로 인해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더구나 대외의존도가 무역거래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거래의 중추역할을 하는 미국 자본시장에 대한 의존도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성장률도 위협받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ㆍ이근태 연구위원은 이날 '세계주가 폭락, 성장궤도 하향의 서막인가' 보고서에서 "세계경제 침체 때 우리 주력제품 수요가 더 크게 위축될 수 있어 올해 4%대 성장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금융위기 당시 세계 평균 교역증가율은 -6.5%였으나, 전자제품 자동차 등 내구재 부문의 교역은 -13.9%로 훨씬 크게 위축됐다. 이는 우리나라 주력인 전자부품 등의 수요 둔화로 이어져 수출에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내수보다 수출이 성장을 주도했던 것도 불안 요인이다.
보고서는 "글로벌 경제상황 악화에 대비해 외환스와프 라인 개설 등 외화유동성 확보에 힘을 기울여야 하며, 물가불안이 지속되는 만큼 긴축기조를 유지하되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하면 경기에 중점을 두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하다"고 조언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