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오세훈 시장과 곽노현 교육감이 TV 토론에서 맞붙었다. 예상대로 '좋은 주민투표'와 '나쁜 주민투표'로 이름짓기(labeling) 또는 낙인(烙印)찍기(stigmatizing)에 저마다 힘을 쏟는 모습이었다. 한쪽은"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을 막는 것이니 좋은 투표"라는 주장이고, 다른 쪽은 "아이들에게 밥 좀 먹이자는 걸 막겠다니 나쁜 투표"라고 주장한다. 소득에 관계없이 무상급식을 하는 방안과 소득하위 50% 학생에게만 하는 방안을 놓고 유권자의 뜻을 묻는 주민투표가 애초 좋고 나쁠 게 있나 싶다.
■무상급식 범위, 또는 서울시의 지원범위는 복지에 관한 개인의 생각과 가치 판단에 따라 좋고 나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 전체로는 어느 게 좋고 나쁜지 구별하는 선악의 판단이 아니라, 어느 쪽이 우리 현실과 이상에 비춰 적합한지 따지는 선택의 문제이다. 복지 선진국의 무상급식 실태를 다시 살펴보아도 역시 그렇다. 이를테면 미국은 1946년 연방법으로 만든'학교점심프로그램(National School Lunch Program)'을 운영, 정부 지원으로 소득에 따라 무료 또는 값싼 점심을 제공한다.
■영국은 2차 대전 중 희망하는 모든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했으나 점차 유상으로 전환, 지금은 전체의 약 15% 저소득층만 무상급식을 한다. 스코틀랜드는 전면 무상급식 캠페인이 2002년 의회 표결에서 무산됐으나, 2007년부터 시범적으로 초등 3학년까지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대개 전면 무상급식을 한다. 독일은 저소득층 자녀양육비와 식비를 지원, 무상급식은 없었다. 그러나 부모가 점심값을 주지 않는 등의 문제 때문에 바이에른 주(州) 등에서 저소득층 학생은 점심값의 3분의1, 1유로(약 1500원)만 내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인도는 2001년 대법원 판결로 전면 무상급식을 한다. 영양실조와 낮은 취학률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스코틀랜드와 북유럽에서는 무상급식 학생들이 주변에서 낙인 찍히는 것을 막는다는 명분이 가장 크다. 우리 사회에서도"눈칫밥을 먹지 않게 한다"는 논리를 앞세운다. 이 문제는 구청 등 행정기관이 소득을 판정하고 급식비를 받는 것으로 해결하는 나라가 많다. 결국'좋은 투표, 나쁜 투표'다툼은 초점을 흐린다. 법적 시비도 법원이 가릴 일이다. 무상급식을 어디까지 하면 좋을지, 그걸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