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당시 만주로 이주해 항일운동을 펼치던 독립운동가 집안의 후손이 고국에 돌아와 같은 처지의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돌보고 있다.
주인공은 중국에서 살다 2001년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한 귀한동포 김시진(75)씨. '귀한동포'는 한국인으로 귀화했거나 한국으로 돌아와 생활하는 중국동포들을 일컫는 말로, 이들의 뿌리는 일본강점기 중국으로 이주한 조선 유민과 독립운동가들이 상당수다. 김씨는 경술국치 후 국권회복을 위해 만주로 망명한 백하 김대락 선생의 증손자로, 조부 김홍식씨와 부친 김문로씨도 독립군 기지 건설에 기여한 독립운동가 집안의 후손이다.
김씨는 현재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에서 대림시냇길경로당을 운영하고 있다. 2006년 귀한동포의 한국정착을 돕자는 생각에서 거주하는 대림2동에서 경로당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 47명이던 경로당 회원은 입소문을 타고 6년 만에 124명으로 늘었다. 김씨는 14일 "귀한동포 대부분이 독거노인으로 음식, 언어 등 새로운 문화에 힘들어한다"며 "이 동네만 외롭고 경제적으로 힘든 국적회복자가 460명 가량인데 경로당은 40평도 안돼 대기자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귀한동포연합총회 영등포지부 회장도 맡고 있는 김씨는 매일 회원 30∼40명과 함께 오후 5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대림2동 지역을 청소하며 지역 봉사활동을 한다. 김씨는 그 공로를 인정 받아 지난달 27일에는 영등포구청 표창까지 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에 대한 정부의 홀대에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집안 선조들이 나라를 위해 목숨과 전 재산을 바친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귀화해도 모두 어렵게 살고 있다"며 "막상 한국에 온 뒤 생활고 때문에 부인과 함께 죽을 생각도 했다"며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