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고생 두 명이 몽골의 한 박물관 소장 세계지도에 표기된 '일본해'를 '동해'로 바로잡는 당찬 일을 했다. 이 여고생들은 직접 동해표기 관련 자료를 모으고, 이 자료와 자신들의 주장을 편지로 써 몽골 박물관 측에 보내 표기 수정을 이뤄냈다.
경기 고양시 무원고교 3학년 황예슬ㆍ이재연(18)양은 지난해 7월 말 고양시 청소년역사문화교육원이 주관한 몽골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이들은 봉사활동 중 방문한 '돈드고비 박물관'에 전시된 세계지도에 동해가 러시아어 'Японское море'(이폰스코에 모레ㆍ일본해)로 표기된 것을 보고 속상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이양은 "외국지도에 일본해 표기가 많다는 언론보도를 봤는데 돈드고비 박물관도 그런 것 같아 통역관에게 물었더니 역시 일본해로 돼 있었다"고 당시를 상황을 설명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황양과 이양은 표기 오류를 수정하겠다고 다짐하고, 올해 1월 겨울방학 보충수업이 끝난 뒤부터 돈드고비 박물관 관계자에게 편지를 써 설득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이후 도서관에서 동해와 관련된 자료를 찾고 인터넷을 검색하는 등 3주에 걸친 자료조사를 걸쳐 대응논리를 세운 뒤 편지를 작성했다.
이들은 편지에 "유럽의 '북해'는 유럽 대륙의 북쪽에 있는 바다로, 노르웨이의 남쪽에 있지만 '노르웨이해'라고 부르지 않는다. 따라서 아시아 대륙의 가장 동쪽에 있는 바다는 '동해'로 표기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편지에 실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봉사활동을 주관한 청소년역사문화교육원의 김성호 원장에게 편지 내용을 전했다. 그러자 김 원장은 2월 돈드고비의 유력인사인 한 구호재단 이사장이 방한하자 황양과 이양과의 만남을 주선했고, 이들은 편지와 함께 가야금 음악 CD와 태극부채를 이사장에게 선물했다. 이사장은 돈드고비 박물관을 찾아 두 여고생의 뜻을 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지도 표기가 바뀔 것이라는 확답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달 몽골을 방문한 김 원장이 돈드고비 박물관을 찾아 박물관의 세계지도를 확인한 결과 일본해가 'восточное море'(바스토치노에 모레·동해)로 바뀌어 있었다. 김 원장은 사진을 찍어 이 사실을 황양에게 알렸다. 두 친구는 바쁜 고3 생활 속에서도 자신들의 행동이 헛되지 않았음에 더 큰 기쁨을 느낀다고 했다.
국제문제 전문가가 꿈이라는 황양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주권침해를 해결하게 된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다른 나라 지도에서 일본해를 동해로 모두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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