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번호표를 붙인 남녀 10명의 얼굴이 상기돼 있다. 지난해부터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의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으로 인지도를 높인 박칼린씨가 그들을 맞았다.
지난 10일 오후 8시 뮤지컬 '렌트' 준비가 한창인 서울 동숭동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연습실에서 작은 오디션이 열렸다. 대상은 배우가 아닌 '렌트'를 좋아하는 관객들. 28일 개막하는 본 공연에 앞서 16일 열리는 '뮤지컬 렌트 樂(락) 콘서트'에 관객 2명을 참여시키기 위해 제작사가 '뮤지컬 스타들과 함께 노래를'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다.
제작사 홈페이지에만 공고해 지원자가 소수였지만 여느 오디션 현장 못지않은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배우가 꿈인 김보임(23)씨는 지정곡 'Seasons of Love'를 편곡해 불러 참관하던 배우들의 환호를 이끌어 냈다. 컴퓨터공학도인 명재광(26)씨는 "새 분야에 도전하고 싶어 지원했다"고 밝히며 진지한 모습으로 노래를 시작했다가 반음 내려간 소리를 한 번 내고는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진 '렌트'의 연출자 박칼린씨의 평가시간. 관객 대상 오디션이라 "할 말을 많이 줄였다"는 설명이 무색하게 깐깐한 지적이 쏟아졌다. "남자 3번은 본인이 가진 악기보다 음역대가 벗어나 있는 노래에 도전한 거 아시죠. 여자 4번은 목소리가 너무 작네요. 무대에 서면 마이크가 없어도 소리로 공간을 빽빽하게 채워야 하니까 파워를 기르셔야 해요."
"관객에게 배우와 함께 무대에 서는 소박하지만 소중한 꿈을 실현할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했다"라는 제작사의 취지대로 오디션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배우를 꿈꾸는 이유진(15)양은 "배우들도 만나고 몰랐던 내 목소리의 특징을 알게 돼 좋았다"고 말했다.
오디션 현장을 지켜본 배우들에게도 소중한 경험이 됐다. '렌트' 여주인공 미미 역의 윤공주(30)씨는 "무대에 서겠다는 일념 하에 열정을 불태우는 관객들의 모습에서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신인 시절의 초심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뽑힌 김동현, 김보임씨는 '뮤지컬 렌트 樂(락) 콘서트'에서 'Seasons of Love' 를 배우들과 함께 부를 예정이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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