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내년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의약품의 61%에 해당하는 8,776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17% 내리기로 했다. 건강보험 등재 순으로 약값에 차등을 두던 계단식 약가 제도를 폐지하고, 동일성분의 의약품은 보험상한가를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신약의 경우 특허만료 후 1년간 보험상한가를 원래 약값의 80%에서 70%로, 복제약 역시 68%에서 59.5%로 내린다. 그리고 1년이 지나면 일괄적으로 53.55%로 더 낮추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의 약값인하 정책은 무엇보다 갈수록 늘어나는 국민의 약값 부담을 연간 6,000억 원이나 줄인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2008년 기준으로 국민 전체 의료비 지출에서 약품비가 22.5%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평균 14.3%와 비교하면 1.6배나 된다. 의약품 남용도 원인이 지만 복제약값까지 선진국보다 비싼 탓이다.
적자가 늘어나는 건강보험 재정을 위해서도 약값의 거품 제거는 필요하다. 지난해 건강보험 총 지출액 43조7,000억 원 가운데 약제비가 29.3%로 12조8,000억 원이었다. 6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나면서 건강보험 재정적자도 1조 3,000억 원에 달했다. 계획대로 내년부터 약값을 17% 내리면 건강보험 지출이 연간 1조5,000억 원이나 줄어 적자를 메우고도 남는다. 건강보험료를 더 이상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약값 거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제약업계의 고질적 리베이트 관행이다. 약값의 10~ 25%가 병원과 의사들을 상대로 한 로비 비용이란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국내 제약사들의 판매관리비 비중이 제조업 평균의 3배로 매출액의 35.6%나 차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부당경쟁과 탈법적 관행만 없애도 약값 인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정부가 강력한 리베이트 단속과 쌍벌제 적용 등과 함께 환자에게 동일성분 약품의 선택권을 주고, 병원에 저가약품 구매를 유도하는 정책을 병행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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