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15 광복절 아침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걸었던 '백의종군(白衣從軍) 길'을 걷습니다. 장군은 선조 30년인 1597년 4월 1일에 삭탈관직 당해 8월 3일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될 때까지 120일 동안 백의종군했습니다. 서부경남 지역에 하동~합천~산청~진주로 이어지는 총 161.5㎞의 이순신 백의종군 길이 복원되고 있습니다. 길이 만들어진다고 장군의 애국충정까지 복원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장군이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걸었던 그 길을 걸으며 진정한 나라사랑에 대해 생각합니다. 장군은 백의종군 기간에 자애로운 어머니를 잃고 나흘간 장례를 치른 뒤 다시 백의종군합니다. 삭탈관직에 어머니를 여의고 백의종군했던 장군의 통한은 에 '부르짖어 통곡하며 속히 죽기만을 기다릴 뿐이다'라는 기록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 기간 동안 고르지 않고 무더웠던 날씨 또한 편치 않은 길이었을 것입니다. 허나 장군은 쉬지 않고 걸었습니다. 발이 부르트도록 걸었습니다. 날이 저물면 잠들고 날이 밝으면 다시 걸었습니다. 잠자리가 헛간이든 끼니가 소금뿌린 거친 주먹밥이든 싫다 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었습니다. 백의종군 길 위에서 보니 요즘 정치권의 애국은 어찌 말만 앞세우는 요란한 퍼포먼스 같아 안타깝습니다. 애국은 말이 아니라 실천입니다. 66주년을 맞는 8ㆍ15 아침, 지금 조국은 어떤 길 위에 서 있습니까.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