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바크먼 미 공화당 하원의원의 대선 돌풍이 심상치 않다.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불과 2개월만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주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위협해 주목받은 바크먼 의원이 13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에임스 스트로폴(비공식 예비투표)에서도 1위를 차지, '강자'로서의 자리매김을 확실히 했다.
바크먼은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실시된 스트로폴에서 전체 투표수의 28.6%인 4,823표를 차지, 2위인 론 폴 하원의원을 152표로 차이로 따돌렸다.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는 한참 떨어지는 2,293표로 3위에 그쳤고, 간판 주자인 롬니 전 주지사는 567표로 스트로폴에 참가한 9명의 주자 중 7위에 그쳤다. 이날 대권 도전을 공식 발표한 릭 페리 텍사스주 주지사는 후보 명단에 이름이 없었음에도 롬니 전 주지사보다 많은 718표를 얻어 기염을 토했다. 페리 주지사의 표는 유권자들이 투표용지에 그의 이름을 직접 기명(write-ins)하는 방식을 통해 얻은 것이라는 점에서 공화당 경선판도에 또 한번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에임스 스트로폴은 아이오와의 에임스시(市)에서 열리는 비공식 예비투표로, 밀짚(straw)을 날려 바람의 방향을 파악하듯 여론을 가늠하는 역할을 한다. 미 정치권이 이 스트로폴에 주목하는 이유는 최초의 스트로폴인데다 공화당 코커스(당원대회)도 내년 2월 6일 아이오와에서 가장 먼저 실시되기 때문이다. 공화당 아이오와 지부가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1979년 처음 시작한 이 예비투표는 구속력이 없는 행사지만, 이런 점 때문에 초반 경선 레이스의 판도를 좌우하는 풍향계로 평가 받아왔다.
99년 이 스트로폴에서 1위를 차지한 조지 W 부시 후보가 코커스와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거쳐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을 제외하면 1위를 차지한 후보가 정작 대선에서 승리한 경우가 없고, 1위 후보가 공화당의 대선후보에 오르지 못한 적도 많아 신뢰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2007년 스트로폴에서 1위를 차지한 롬니는 다음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주지사에 밀렸고, 정작 공화당 대선후보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게 돌아갔다. 그럼에도 공화당 후보들이 이 스트로폴에 신경을 쓰는 것은 여기서 하위권으로 밀릴 경우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중도하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팀 폴렌티 전 주지사는 14일 중도 사퇴의사를 밝혔다.
미 공화당 경선은 앞으로 롬니-바크먼-페리의 3파전 양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롬니는 7위라는 부진한 성적을 냈지만, 이번 스트로폴에 전력을 다한 대다수 다른 후보들과 달리 전혀 선거운동을 하지 않아 순위에 큰 의미를 둘 수 없다는 게 미 언론들의 분석이다. 다만 바크먼 의원이나 페리 주지사는 모두 보수단체인 티파티의 지지를 받고 있어 경선이 본격화하면 티파티의 주인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페리 주지사는 바크먼 의원처럼 '작은 정부'와 '재정의 건전성'을 주장하지만, 처음으로 텍사스 주지사 3선에 성공한 행정력까지 겸비했다는 점에서 파급력은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페리 주지사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대선 출사표를 통해 "신앙심과 가족의 지지, 미국의 선(善)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미국의 대통령 후보가 되려고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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