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52)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 일성으로 '종북좌익세력'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검찰총장이 '종북좌익'과 같은 단어를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향후 공안 분위기가 한층 짙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 정부 들어 공안 수사가 강화되면서 국가보안법 과잉 적용 논란을 빚고 있는 상황이어서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논란이 가열될 가능성도 있다.
한 총장은 12일 대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자유민주적 가치의 우수성이 여실히 증명된 지 오래임에도 아직도 북한에 대한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는 국가적 불행이다"라며 "북한을 추종하며 찬양하고 이롭게 하는 집단을 방치하는 것은 검찰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한 총장은 "이 땅에 북한 추종세력이 있다면 이는 마땅히 응징되고 제거되어야 한다"며 "종북주의자들과의 싸움에서는 결코 외면하거나 물러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장은 공안역량을 정비하고 일사불란한 수사체제를 구축해 적극적 수사활동을 전개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공안수사 강화에 방점을 찍은 한 총장의 속내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엿보였다. 한 총장은 북한 지령을 받아 남한에 지하당을 구축한 혐의를 받고 있는 '왕재산 사건'과 관련해 "공안이 약해졌지만 많이 회복됐고 더욱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왕재산 사건은 17년 만에 거둬들인 성과"라며 "공을 많이 들였고 앞으로도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왕재산 사건을 지휘하며 공을 들였고, 진보 정당의 불법 후원금 수수 문제와 관련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한 총장의 취임식을 지켜본 검사들은 "현 정부 들어 위상이 높아진 공안부에 더욱 힘이 실릴 것 같다"고 예상했다. 앞서 공안통인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깜짝 발탁됐다가 낙마한 적이 있고, 역시 공안통으로 분류돼온 노환균 대구고검장도 중요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올랐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단행될 검사장 인사에서도 공안통이 대거 발탁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재진 신임 법무장관도 북한의 위협을 언급하며 공안수사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권 장관은 이날 취임식에서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북한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에 이어, 국내 전산망을 순식간에 교란시킬 수 있는 치명적 사이버 공격도 시도하고 있다"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어떤 시도에도 비장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종북좌익세력 소탕을 기치로 내건 한 총장의 다짐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팀장은 "실체도 불분명한 종북좌익세력을 언급하며 편가르기를 조장하고 편향적 사고방식으로 수사를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