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수도 서울의 수장'이라는 상징성을 기반으로 한나라당 대선주자 지지율조사에서 꾸준히 2,3위권을 형성해왔다. 최근 오 시장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5~7%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런 오 시장이 12일 내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쟁 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친이계로선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유력한 대항마를 잃었다는 점에서 선택지가 더욱 좁아졌다. 대신 박 전 대표의 독주 체제는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한 친박계 의원은 "오 시장의 지지율이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이번 일로 박 전 대표의 위상은 더욱 견고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대선 레이스에서 별다른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쇄신파의 한 의원은 "어차피 친이계도 오 시장보다는 김문수 경기지사에 무게를 두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맥 빠진 경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야권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란 새로운 '흥행 카드'를 얻은 상황인데도 여권에선 오히려 대선후보 경선전이 싱겁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야당의 화살이 더욱 더 박 전 대표에게 쏟아지게 됐다"며 "드라마에도 조연이 있어야지 '김태희'만 나오면 재미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오 시장의 하차로 인해 반(反)박근혜 진영의 대선주자 구도도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대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는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는 '보수 가치' 등을 내세워 손을 잡고, 박 전 대표와 일 대 일로 맞붙는 구도를 만들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오 시장의 불출마 선언이 오히려 박 전 대표 견제를 위한 연대 움직임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당내 조직이 만만치 않은 이재오 특임장관이 가세할 수도 있다.
세 사람은 이날 일제히 오 시장이 추진하는 주민투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오 시장의 전화를 받고 "어려운 결심을 했고 잘 될 것이다"며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도 "서울시민들이 오 시장의 진심을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도 오 시장의 전화를 받고 처음에는 "당내 대권주자가 많아야 되는데 굳이 그렇게(출마 포기)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만류했지만 오 시장의 확고한 결심을 듣고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만큼 잘 되지 않겠느냐"고 격려했다. 반면 박 전 대표 측은 오 시장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면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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