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12일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한 시장직 사퇴 여부에 대해 "주민투표 전에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주민투표에서 패배할 경우 시장직에서 사퇴할 것이라는 뜻을 밝히는 단계적 입장 표명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조은희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오 시장이 주민투표 결과에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한 부분은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장직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유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시의회 4분의 3과, 구청장 5분의 4가 야당을 선택하면서도 시장만은 저를 선택한 무언의 지상명령이 이번에 제가 쉽게 시장직 거취를 주민투표 결과와 연계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어 "시장직과 연계하는 것도 한나라당과 서울시 여당 국회의원들과 깊은 논의를 선행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시장직 사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는 점을 의식한 언급이다. 오 시장이 사퇴해 보궐선거가 치러져 야권 인사가 후임 시장으로 당선될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여당이 고전하게 될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판단이다. 오 시장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직을 걸면 앞으로 주민투표를 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은 직을 걸어야 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주민투표 투표율이 개표 성립을 위한 33.3% 수준을 넘길 수 없다고 판단하면 오 시장이 시장직을 걸고 투표율 높이기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있다. 투표율이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 주민투표(24일)에 임박해 사퇴 의사를 밝힐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오 시장은 최근 "시장직을 걸면 5% 정도 투표율이 높아진다는 예측이 있어 유혹을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투표율이 20% 미만으로 현저하게 낮게 나올 것으로 예상돼도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힐 수도 있다. 어차피 주민투표에서 패배하면 리더십이 크게 손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예 투표 전에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한 측근은 "투표율 예상치 추이가 사퇴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라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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