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모르는 내 아이 속마음/김성은 지음/부키 발행ㆍ328쪽ㆍ1만4,800원
초등학교 5학년 희민이는 요즘 공부 때문에 고민이다. 쪽지시험이든 진단평가든 시험 본다고 하면 무조건 싫고 무섭다. 일기에 '나를 못살게 괴롭히는 1순위는 시험'이라고 적을 정도다. 그렇다고 공부를 안 하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지난 중간고사 때는 문제집도 몇 권 풀었는데 막상 시험문제를 보면 막막해진다.
비난의 화살은 엄마를 향해 있다. '엄마는 내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집안 전체를 공부방으로 만들었다. 깨끗해야 공부가 잘 된다며 책상 위에 문제지와 뾰족하게 깎은 연필, 지우개, 연습장 등을 가지런하게 놓고 혼자 기분 좋아한다. 집에 들어가면 엄마는 언제나 거실에서 책을 보고 있다. 엄마도 이렇게 책을 본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가 보다.'
희민이 엄마는 자신이 '극성'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어차피 해야 할 공부이니까 이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공을 들이는데도 초등 저학년 때까지 좋던 성적이 4학년 이후 떨어진 데 대한 실망감이 오히려 더 크고 "도대체 뭐가 잘못 됐는지 모르겠다"는 당황까지 겹친다.
23년간 이런 문제를 가진 부모와 아이를 상담해 온 김성은 한국아동상담센터 부원장은 희민이의 증상이 부모의 과도한 기대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신호라고 이야기한다. 아이의 공부에 너무 집착하는 부모는 '공부를 잘하면 좋다'는 정도가 아니라 '못하면 실패한 인생'이라는 생각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자식을 한 몸처럼 여기면서 자신의 자존감이 낮은 부모일수록 아이의 성적에 연연해하는 경향이 크다.
이 경우 먼저 부모가 '아이들 성장에 필요한 것은 공부만이 아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부모와 친밀한 관계, 여기서 느끼는 행복, 또래 관계를 통한 사회적 관계, 인지적인 자극을 기르는 것이 무작정 학교 공부에 매달리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습 능력'은 이런 욕구를 충족한 위에서 자연스럽게 발휘되도록 해야 한다. 공부보다 우선 부모와 자식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엄마는 모르는 내 아이 속마음> 은 김 부원장이 상담 과정에서 가장 많이 경험한 주제 27가지를 공부, 친구, 생활태도, 품성, 사춘기, 중독, 가족으로 분류해 아이와 부모의 일기 형식으로 보여주고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조언한 책이다. 아빠가 군인이어서 자주 이사를 다니는 바람에 친구가 없고 방에서 혼자 노는 게 편하다는 숙인이에게는 혼자가 아니라 부모와 함께 있으며 안정감을 갖도록 만들어 주는 게 좋다. '야동'이 보고 싶다는 사춘기의 기훈이는 야단 치기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부모가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간략하고 짧게'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엄마는>
상담을 요청해온 수많은 부모들은 대개 "도대체 우리 애가 왜 이럴까"라는 의문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은 문제가 있는 건 아이 쪽이 아니라 부모인 경우가 더 많다.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필요한 것을 채우는 것, 자신의 방식이 아닌 아이에게 맞는 방식을 찾는 것이야말로 올바론 육아법이라고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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