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앞두고 12일 텔레비전 토론에서 맞붙었다. 무상급식 논란의 대척점에 서 있는 두 사람은 이날 밤 SBS '특집 시사토론'에 출연해 90분 동안 격론을 펼쳤다. 오 시장은 최근 국제 금융위기와 일본 민주당의 복지공약 철회를 예로 들며 "전면적 무상급식은 과잉복지며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곽 교육감은 "무상급식을 과잉이념으로 덧칠하지 말라"며 "주민투표 자체가 위법"이라고 대응했다.
토론 시작 전 두 사람은 웃는 얼굴로 악수를 나눴다. 하지만 토론 초반부터 이날 오시장이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을 두고 주민투표 정치화에 대한 공방이 벌어지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 시장은 "대권욕 때문에 주민투표를 한다는 진보 측의 주장이 있었지만 대선 불출마를 통해 이번 투표가 그만큼 의미가 있다는 걸 유권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곽 교육감은 "그런 마음이라면 시의회에서 대선출마가 문제됐을 때부터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 투표를 10여일 앞두고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라고 응수했다.
변호사 출신인 오 시장과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였던 곽 교육감은 주민투표의 적법성 논란을 두고는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설전을 벌였다. 곽 교육감은 "무상급식 지원 조례 무효 소송이 대법원에 진행 중이라 주민투표 대상이 안 되는데도 시는 밀어붙이고 있다"며 "청구 서명에서 37.5%가 무효였다는 점만 봐도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 관제투표"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소송 문제는 법원이 16일 판단할 것"이라며 "관제투표였다면 오히려 무효표를 줄였을 것이다. 세상이 어느 땐데 시장이 하란다고 주민번호까지 적어가면서 서명을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투표용지 문구를 확정하는 데 교육청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점도 도마에 올랐다.
토론은 자연스레 서울시가 내세운 선택적 복지와 교육청의 보편적 복지 등 복지철학 논쟁으로 번지면서 절정을 이뤘다. 오 시장은 "가난한 아이들의 낙인감정을 문제 삼는데, 그건 돈이 아니라 제도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현재 국회에 낙인방지법이 제출됐지만 교과위 상임위원장이 민주당 의원이라 처리가 안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곽 교육감은 "형편에 맞게 복지를 해야 한다는 건 동의하지만 공교육에서만큼은 아이들간의 불평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답했다.
당초 두 사람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하려 했던 토론은 양측 전문가를 한 명씩 더한 4자 토론으로 열렸다. 오 시장은 보수논객인 전원책 변호사를, 곽 교육감은 진보진영의 싱크탱크 시민경제사회연구소 홍헌호 연구위원을 각각 패널로 선택해 함께 토론을 벌였다. 이번 토론은 지난해 12월 오 시장이 곽 교육감에게 처음 TV토론을 제안한 뒤 8개월 만에 성사됐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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