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맞아 무박 2일 간 부산에서 서울까지 500여km를 자전거로 완주하는 ‘광복절 기념 8·15 랠리’가 펼쳐진다. 참가자들은 놀랍게도 20, 30대 청년들이 아닌 50대가 주축이다.
2007년 광복절 당시, 행복나눔자전거운동연합회 회원들이 의기투합해 시작한 행사가 올해로 벌써 다섯 번째를 맞았다. 행사를 주관한 이 모임의 박상돈(51) 대표는 “신체적ㆍ정신적 한계에 도전하며 순국선열의 뜻을 되새기고 무감각해진 광복절의 의미를 일깨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40여명의 참가자들은 14일 오전 10시 부산시청을 출발해 경남 밀양과 대구, 충남 천안, 경기 수원을 거친 뒤 다음날 10시 서울시청에 도착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이들 앞에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목표 시간 안에 완주하려면 고갯길을 제외하고 평균 시속 32~35km의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휴식 시간은 1시간 남짓마다 15분씩이 전부. 480km를 잠도 안 자고 계속 달리는 만큼 웬만한 ‘자전거 고수’가 아니면 참가할 엄두도 낼 수 없다. 참가자 대부분이 자전거 동호회에서 수 년간 활동해 실력자로 통하지만 중도 탈락률이 평균 40%에 달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행사 관계자는 “300km 지점인 대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포기한다”고 귀띔했다.
그렇지만 참가자들의 가슴은 설레고 있다. 한해도 거르지 않고 참가하고 있는 박수철(56)씨는 “나라를 위해 싸운 선열들의 노고에 비하면 잠 하루 못 자는 게 대수겠냐”며 완주를 다짐했다. 최고령자인 김일홍(63)씨는 “막내회원들과 비교하면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체력 하나는 자신있다”고 말했다.
올해엔‘특별한 코치’도 초빙됐다. 두 달 간 참가 신청자들의 훈련을 맡은 이진옥(52) 전 사이클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랠리팀은 주말마다 팔당대교와 남한산성 일대를 돌며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실제 랠리 페이스에 맞춰 하루 2~3시간씩 연습을 거듭하기도 했다. 이씨는 “보다 많은 참가자들이 안전하게 완주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며 “지난해보다 완주의 기쁨을 맛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 역시 랠리를 함께 한다.
한편 비슷한 취지의 행사가 14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재미 동포들은 이날 태극 무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시카고 총영사관을 출발해 한인 축제가 열리는 브린마 거리까지 81.5km를 자전거로 달린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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