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컷, 꿈을 담는 카메라/손은정 지음/동녘 발행·297쪽·1만4,000원
아마 서로를 찍은 모양이다. 사진에 찍힌 아이도 한쪽 눈을 찡그리며 사진 찍기에 열중이다. 처음으로 카메라를 들고서 어설프게 찍어낸 사진은 가족들과 친구들이 주인공이다.
아프리카 부룬디의 열세 살짜리 소년 음파우미마나는 장난기를 가득 머금은 동네친구와 설거지를 하려고 허리를 굽힌 어머니의 모습을 찍었다. 아마 소중한 사람부터 제일 먼저 찍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동갑내기 소녀 에우엘류는 막내 동생을 두 컷이나 찍어줬다. 탁자 너머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누나를 호기심 가득하게 쳐다보는 동생의 표정이 재미나다. 그의 사진에는 높은 하늘과 둥둥 떠 있는 구름도 있다. 소녀가 매일 올려다보는 하늘인 듯싶다.
<27컷, 꿈을 담는 카메라>에 실린 이 사진들은 차풍(35ㆍ천주교 의정부교구) 신부와 사진가 김영중씨가 주축이 되어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일회용 카메라를 나눠주고 그들이 찍은 사진을 인화해 되돌려주는 '꿈꾸는 카메라'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결실이다. 책을 쓴 이는 올해 초 13일간 아프리카 한 가운데 있는 작은 나라 부룬디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에 참여한 손은정(35)씨다. 지난 프로젝트 사진 전시회를 보고 마음이 홀려 동참한 그는 아이들이 찍은 사진에 글을 곁들여 책을 썼다. 유럽 열강의 개입으로 발생한 후투족-투치족 간 분쟁, 전통놀이와 축구경기를 하는 명절 풍경 등 부룬디에 관한 다양한 정보도 담았다.
아프리카 아이들이 찍은 사진은 그간 이방인들이 찍었던 아프리카의 사진과 사뭇 다르다. 아이들이 채집한 그들의 삶에는 희망이 넘친다. 궁핍한 현실에도 밝고 천진한 아이들의 시선이 배어있다.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차려 입고 카메라 앞에 선 소녀, 중국무술을 흉내 내며 발을 곧게 뻗는 소년, 해질 무렵 십자가 앞에 당당하게 앉은 청년 등이 근사하게 잡혔다.
평범한 회사원인 저자가 고백하듯 써 내려간 글들도 가슴에 와 닿는다. '너의 사진을 보는 순간 난 진짜 '눈물'을 흘렸어. 넌 단물 빠진 껌을 질겅질겅 씹는 삶이 그게 아닌 삶과 얼마나 다른지를 그 사진들과 보여주었거든.'(272쪽) 27컷. 일회용 카메라 한 개로 찍을 수 있는 제한된 분량이지만, 사진이 말해주는 삶은 한없이 풍요롭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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