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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사람/ 이슬람권 대표 지도자가 터키 총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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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사람/ 이슬람권 대표 지도자가 터키 총리라고?

입력
2011.08.1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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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긴급 소집된 최고군사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회의장을 나섰다. 군 장성 9명이 말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회의를 함께 했다고 볼 수 없을 만큼 쌀쌀한 분위기였다. 이날 회의는 7월 29일 전격 사임한 이시크 코사네르 참모총장과 육ㆍ해ㆍ공군 총사령관의 후임을 정하기 위해 열렸다. 참모총장과 총사령관들은, 법원이 정부 전복 혐의로 퇴역 장성 4명 등 22명에 유죄판결을 내린 것에 항의해 사퇴했었다. 누가 보더라도 군부의 항명이었다. 터키 군부가 1960년 이후 네 차례 쿠데타를 일으켜 모두 성공했기 때문에 또 다시 쿠데타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에르도안 총리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에르도안이 지명한 인사들이 참모총장 등으로 모두 기용됐으니, 그가 2003년 집권한 뒤 군부의 위세가 과거 같지 못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이 사건으로 에르도안 총리는 입지를 더욱 다지게 됐다. 그는 집권 후 국민소득을 2배로 높이는 등 성과를 많이 내 3선에 성공했으며 국민들로부터 오스만 제국의 영광을 부활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그의 개혁정책도 힘을 더 받게 됐다. 그는 7월 총선에서 "1982년 군사정부가 개정한 현행 헌법을 기본 인권과 자유를 신장하는 방향으로 유럽 표준에 맞게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개정 헌법은 권력을 의회에서 대통령에게 옮기는 것이 핵심이다. 지지자들은 터키의 대통령제가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반대자들은 그가 터키의 블라디미르 푸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스탄불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에르도안은 이슬람 학교에 다닐 때 책값을 벌기 위해 거리에서 사탕과 생수를 팔았다. 어렵게 공부한 그는 1994년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되면서 지도자로 부상한다. 하지만 1998년 한 연설에서 "이슬람 사원은 우리의 병영이며, 첨탑은 총검이고, 돔은 헬멧이며, 신도들은 우리의 병사"라는 내용의 시를 암송해 '이슬람 선동' 혐의로 4개월 동안 복역하기도 했다. 그의 지나친 친이슬람 행보는 세속주의(정교분리) 전통을 지켜온 터키를 이슬람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에르도안은 현재 터키를 넘어 이슬람권의 대표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는데 그런 그를 서구는 양날의 칼 같은 존재로 보고 있다. 터키는 막강 군사력을 보유한 데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7위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이슬람권과 서구를 중재해왔다. 하지만 에르도안은 최근 이란 제재에 반대하고 이스라엘과 거리를 두는 등 서구의 뜻과는 다른 방향으로 외교정책을 펴고 있다. 군부 역시 안보 등을 이유로 그에게 다시 도전할 수 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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