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게임기 제조회사 닌텐도가 11일 주력 제품인 닌텐도3DS(이하 3DS)의 가격을 2만5,000엔에서 1만5,000엔으로 40% 인하했다. 2월 26일 발매한 지 5개월여만이다. 할인이나 인하 정책을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닌텐도가 파격 조치를 단행한 가장 큰 이유는 판매부진 때문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닌텐도의 부진은 일본이 자랑해온 게임전용기가 스마트폰과의 경쟁 등으로 인해 기로에 서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에 따르면 특수안경을 끼지 않고도 3차원 동영상을 즐길 수 있는 3DS는 발매 1개월 만에 전세계에서 361만대가 팔려나갔으나 4~6월 3개월은 71만대 판매에 그쳤다. 일본 내수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해 2004년 12월 발매한 닌텐도DS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3DS의 판매 부진으로 이 회사는 4~6월 337억엔의 적자를 냈다. 이는 2004년 영업실적을 공개한 이후 처음이다. 3DS가 발매되기 전 2만5,000엔대였던 닌텐도의 주가는 11일 1,430엔으로 곤두박질쳤다.
닌텐도 측은 3DS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3차원 동영상의 매력을 전하는 소프트웨어 부족을 들고 있다. 게임기 본체가 팔리지 않으면 게임소프트웨어 개발이 원활하지 않은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에게 게임기를 보급하기 위해 가격을 인하했다"는 이와타 사토루 대표의 발언도 이런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가격인하에도 불구, 판매실적은 저조하다. 요미우리신문은 3DS 가격인하가 실시된 11일 전자제품 전문매장 요도바시카메라에 30명 가량이 줄을 서 제품을 구입했다고 전했다. 인기 제품의 출시나 가격인하가 이뤄질 경우 하루 전날부터 줄을 서는 관례에 비출 때 시장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3DS의 실패가 거치형 게임기인 닌텐도 위(wii)의 후속모델 위유(WiiU)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게임기 회사들이 판매전략을 놓고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다운받아 즐길 수 있는 게임 아이템을 다수 확보한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전문지 엔터브레인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용 게임기 소프트웨어의 일본 내 판매는 4,936억엔으로 2007년에 비해 30%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은 소니가 올해 연말 출시 예정인 휴대형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의 후속 모델인 비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일단 신제품의 가격을 2만9,980엔과 2만4,980엔 2종류로 책정한 상태. 가격 인하한 3DS보다 최대 2배 비싸다.
요미우리신문은 히라이 가즈오 소니 부사장이 "다양한 기능에 비하면 가격이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인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발매 후 판매 상황에 따라 전략의 재검토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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