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은행들이 프랑스 주요 은행들에 대해 신용한도 제한에 나섰다고 로이터 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아시아 역내 은행 1곳은 이미 프랑스 은행들과 신용한도(크레디트 라인)를 낮추고, 5곳은 거래상대방 위험(카운터파티 리스크)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뉴욕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 2곳도 일부 유럽은행에 여신금리를 높게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로이터가 밝혔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금융기관들의 자금 압박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로이터는 유로존 재정위기와, 프랑스발 악재가 다른 지역 금융기관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신용한도 제한조치를 내린 싱가포르 소재 대형 은행의 재무위험관리 책임자는 “프랑스 대형 은행들에 대한 여신 제공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시아 5개 은행이 단기거래만 허용하는 등 프랑스 금융기관에 대한 위험회피 조치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대해 프랑스의 BNP파리바은행은 “시장 루머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며 소시에테제네랄은행도 논평을 거부했다.
그러나 아시아 금융기관들의 프랑스은행 돈줄 죄기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지적했다. 유로존 은행들이 자금압박을 받으면 아시아 지역 투자금 회수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WSJ은 “유럽 기관들이 아시아 지역 주식과 채권 매도에 나서면 금융과 환율 시장불안으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에 대한 유로존 은행들의 여신규모는 3,500억달러에 달하며 특히 프랑스 은행들의 여신은 1,000억달러를 넘는다. 유럽계 자금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아시아에서 투자금의 20%이 빠져나가 금융시장 혼란을 부추겼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특히 국내총생산의 12%와 9%에 달하는 프랑스계 자금이 유입된 싱가포르와 홍콩이 외화유출의 위험지대에 놓여 있다. 유럽계 자금에 국채 상당수를 매각한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에게도 유럽 재정위기가 미국 경기회복 지연보다 훨씬 위협적이다. WSJ은 “유럽계 은행의 대 한국 여신규모가 GDP의 6%에 달하는 640억달러”라며 “한국 증시가 이번 주 유럽 은행 악재소식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된 프랑스의 올해 2분기 GDP 성장률은 제로(0)에 그쳐, 프랑스 정부의 재정압박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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