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강남의 유흥업소 여종업원을 상대로 사기도박을 벌여 100억 여원을 가로챈 혐의로 총책 이모(57)씨 등 4명을 구속하고 공범 한모(48)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2006년 3월부터 지난 4월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동과 역삼동 일대 도박장에서 '바둑이' '훌라' 등을 하며 이 일대 유흥업소 여종업원 22명을 상대로 카드 사기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도박전과 10범인 이씨는 도박판에서 만난 한씨 등과 공모해 실제 도박을 하는 '선수', 돈을 빌려주는 '자금책' 등 역할을 분담한 뒤 각자 김치ㆍ미싱공장 사장 등 재력가로 신분을 속이고 강남 일대 빌라와 오피스텔 등에서 사기도박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어리숙한 여종업원들을 상대로 다양한 형태의 사기도박 수법을 사용했다. 5명이 참가하는 게임에 여종업원 2명을 끌어들인 뒤 미리 약속한 암호나 수신호로 원하는 카드를 주고 받았다. 이씨 등은 미리 특수콘텍트렌즈로 끼고 형광처리가 된 상대카드를 인식하는 수법으로 여종업원들을 농락하기도 했다. 이씨는 선불금 등 현금을 쉽게 얻을 수 있고 씀씀이가 큰데다 범행이 발각되어도 제대로 항의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을 범행대상으로 골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여성 중 이들로부터 2억여원을 잃고 1억여원을 추가로 빌린 뒤 빚 독촉에 시달리던 유흥업소 여성 정모(36)씨는 지난해 말 자살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이 다른 유흥업소 여종업원을 상대로도 사기도박을 벌인 정황을 포착, 추가 조사를 벌이는 한편 달아난 공범 이모(57)씨 등 2명을 추적 중이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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