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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祖孫 커플 보험설계사 이상운ㆍ황요섭씨 "보험 영업, 할머니에겐 종교이지만 저에겐 과학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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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祖孫 커플 보험설계사 이상운ㆍ황요섭씨 "보험 영업, 할머니에겐 종교이지만 저에겐 과학이죠"

입력
2011.08.12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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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FC) 이상운(76ㆍ서울 보문지점)씨는 삼성생명 강북지역단에서 나이가 가장 많다. 21년간 쌓은 이력도 화려하다. 회사가 매년 영업실적이 탁월한 FC에게 주는 연도상을 15번이나 수상했다. 70대 초반 나이까지 전성기를 구가하며 연 20억원 안팎의 매출과 3억원 가량의 소득을 올린 베테랑이다. 최근 1년간 매출도 여전히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그런 그가 새삼 연하남과'커플'을 이뤘다. 강북지역단 보문지점 FC 중 최연소인 황요섭(30)씨다. 사실 두 사람은 할머니와 외손자 사이다. 작년 가을 할머니인 이씨가 손자인 황씨에게 FC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프러포즈'를 했고, 황씨가 구애를 받아들였다. 삼성생명 소속 FC 3만3,000여명 가운데 조손(祖孫) 관계는 이씨와 황씨가 유일하다.

이씨는 70대 중반 들어 은퇴를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체력적 부담이 커져서다. 가장 큰 고민은 오랜 기간 자신을 신뢰해준 400여명의 고객이었다. "나보다 더 훌륭한 FC에게 물려줄 테니 걱정 말라"고 호언해 온 터. 변리사 자격시험에서 고전 중이던 손자 이씨가 눈에 들어왔다.

물론 처음엔 걱정도 컸다. "보험 고객을 물려준다는 것은 사업을 물려주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죠. 특히나 영업은 적성에 잘 맞아야 하거든요. 빈 말이 아니라 기대 이상을 해주고 있어서 너무 고마워요." 이전 안심이 되고 후계자가 든든하기까지 하다.

황씨도 처음엔 할머니의 제안이 탐탁지 않았다. "'100만원 줄 테니 비서나 하라'고 하시는 거예요. FC도 아니고 비서를 하라시니 좀 화가 나더라고요. 제가 공대 출신이거든요." '멋진' 할머니의 모습을 오래 봐왔지만 자신이 FC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작년 11월 입사 이후 10개월 만에 황씨는 'FC 전도사'가 됐다. "즐거워요. 스스로 일하는 데다 뛰는 만큼 소득이 나오고, 정년 없이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매일 눈 뜨는 순간부터 행복해집니다." 황씨는 1년도 안 돼 월 소득이 600만원에 달한다.

두 사람의 영업 방식엔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할머니인 이씨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건 '신뢰'다. "나를 믿으라"는 것이다. 자신에게 고액 계약자가 많은 건 상품이나 설명보다 살면서 쌓아온 자신의 신뢰 덕택이란 게 그의 믿음이다. 말하자면 이씨에게 보험은 '종교' 같은 것이다.

반면 손자에게 보험 영업은 '과학'이다. 이씨는 금융지식과 통계자료 등 정보를 동원, 상품을 최대한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한다. 고객이 상품에 대해 이해하도록 하는 게 목표여서다. 할머니가 움직이려는 게 고객의 마음이라면 '스마트 세대'인 손자의 공략 대상은 머리인 셈이다.

실제 두 사람의 파트너십은 상승 효과를 발휘한다. 계약 이후 미흡한 사후관리로 중도해지 위기를 맞은 손자를 할머니가 특유의 경륜으로 돕거나, 손자가 할머니와 동행해 신상품 설명을 지원한다.

이씨는 자신이 장기간 교분을 맺어온 오랜 고객들을 한꺼번에 황씨에게 넘겨줄 생각이 없다. 현재 고객 100명 정도만 손자에게 넘어간 상태. 손자 역시 '개척'을 통해 나름대로 고객을 발굴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손자가 실적만 보고 달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이씨) "할머니가 쌓아온 신뢰를 허물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제 영역을 쌓고 싶어요,"(황씨) 이 두 사람의 독특한 파트너십은 꽤나 오래 지속될 것 같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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