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는가 싶더니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최대시우량 100mm, 누적강우량 700mm를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서울 우면산과 강원 춘천 등에서는 50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는 등 인명피해가 컸다. 이번 재해는 예년과는 달리 서울, 경기, 강원의 토사재해위험지역에 개발된 주거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함으로써 피해를 가중시켰다.
산사태와 토석류 구분 안하는 당국
이전부터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천재인지 인재인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엔 산지토사재해는 단편적인 지식에 의존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화, 대형화, 빈발화 되고 있지만 제한된 정보와 지식에 근거해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양상이다. 이는 아마도 시대와 함께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사회구조와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현상을 일체적으로 해석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매년 재해가 난 뒤에는 사방(砂防) 및 방재(防災)에 대한 중요성이 나오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면 정책의 우선 순위에 밀리거나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일이 되풀이돼 왔다. 이번만은 사방 및 방재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물론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근거해 지역특성을 고려한 대비책이 마련되고 실천돼야 할 것이다.
산사태의 경우 발생면적이 1970년대 289ha, 80년대 연평균 213ha에서 90년대엔 349ha로 늘었고, 2000년대 들어선 731ha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산사태 위험도 1, 2 등급지로 구분되어 있는 곳이 전 국토의 57.3%에 이른다. 이는 그 만큼 우리나라의 국토가 재해에 취약하다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재해위험지구가 너무 광범위해서 집중적으로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이번 재해의 특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산사태는 물론 계류를 중심으로 이동하는 토석류에 의해 피해가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원래 토석류(土石流)란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시속 20∼40km로 한 순간에 민가나 농경지 등을 파괴하는 것으로 산사태 등과 같은 붕괴작용에 의해 무너진 토사, 또는 계상에 퇴적된 토사와 석력이 계류에 밀려내려 많은 물과 섞여서 유동하는 형태다. 따라서 산사태와 토석류를 구분하여 관리해야 하고, 특히 토석류의 이동통로인 계류를 집중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토석류 위험계류를 보전대상에 근거해 3종류로 구분하고, 18만3,863개소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즉, 피해예상구역에 5 가구 이상 혹은 공공건물이 있는 경우는 토석류 위험계류 Ⅰ, 피해예상구역에 1∼5 가구가 있으면 토석류 위험계류 Ⅱ, 피해예상구역에 가구가 입지할 수 있는 토지가 있다면 토석류 위험계류 Ⅲ으로 구분하여 관리하는 식이다.
재해, 국가안보 차원 접근해야
이런 토석류 위험계류 관리를 위해선 재해에 강하고 생태ㆍ환경적으로 건강한 산림유역을 조성하는 계류보전 및 복원사업을 확대 시행해야 하며, 지역특성을 고려한 적정 규모의 다양한 사방공법을 도입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또한, 비구조물대책인 위험지도 작성, 경계ㆍ피난체계를 확립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의 엄청난 수해가 앞으로 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또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이나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제시된 대안이 계획대로 실천되도록 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기본적인 책무이다. 따라서 국가안보차원에서 비슷한 강우조건에서도 큰 피해가 발생하는 도시 내 산악지대의 난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대비책을 마련하고, 현지조건에 맞는 기술체계를 확립해 예방 및 복구사업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전근우 강원대 교수ㆍ신산지방재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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