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전쟁학의 대가이자 역사학자인 가브리엘 콜코는 자신의 저서 에서 제 2차 세계대전 승리로 세계 유일의 패권국가 된 미국의 '팍스 아메리카'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고 결론 짓는다. 콜코는 '슈퍼 파워' 미국 쇠락의 원인으로 '통제 불가능하게 진화한 기형적 금융구조로 인한 금융 불안정성과 막강 군사력을 토대로 어디서든 정치ㆍ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환상'을 꼽는다.
최근 미국이 처한 저간의 상황을 보면 콜코의 이런 지적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50여년 간 세계를 지배해온 미국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모순이 처음 표면화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때만 해도 '제국(미국)의 몰락'은 먼 얘기처럼 들렸다. 하지만 매년 1조4,000억 달러(약 1,512조원)의 재정적자를 내는 만년 적자국(누적적자 14조 달러)으로 전락한 미국을 보는 시각은 이제 '우려'를 넘어 세계 경제에 '공포'가 되고 있다.
또 독야청청했던 우주ㆍ항공분야에서도 미국은 무인 초음속 비행체인 '팰컨 HTV-2'의 시험비행 실패, 기체결함에 따른 스텔스 전투기 전체 비행금지 조치 등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몰락까지는 아니더라도 '제국의 쇠락'이 이미 시작됐음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미국을 떠받쳐온 두 축인 경제ㆍ군사분야에서 누수가 커지는 사이 새로운 월드 리더를 자처하는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외교ㆍ경제ㆍ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의 성장은 눈부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G2로서의 위상을 세계에 과시했던 중국은 미국과 유로존의 재정적자로 초래된 이번 2차 금융위기에서도 유일한 해결사이자 구원투수로 주목 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이제 중국의 경제정책에 일희일비하며 눈치를 보고 있다.
그간 서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졌던 군사와 우주ㆍ항공분야에서도 중국은 이미 초강대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전투기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스텔스 전투기인 '젠-20'과 사정거리 2,700㎞에 달하는 대함 탄도미사일 '둥펑-21D' 등 최첨단 무기를 개발한 것을 비롯해 유인우주선까지 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로존이 금융위기로 사경을 헤매던 이달 10일 해양대국 구축의 상징이 될 자체 항공모함 1호 바랴크호 진수식을 가진 중국의 자신감은 해양을 맞대고 있는 우리에게는 일면 우려되기까지 하는 대목이다.
각 분야에서 이 같은 중국의 약진은 2002년 집권한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허시에'(和解ㆍ내부적으로는 인화 단결하고, 밖으로는 부강한 중국 건설) 국가전략 계획에 따른 것이다. 후진타오 주석은 전쟁 불간섭, 빈부 격차 해소 등 미국과 차별되는 대내외 정책을 통해 2020년까지 초우량 국가를 만드는 이 목표를 묵묵히 수행해 나가고 있다.
국제사회 힘의 균형은 이처럼 요동치고 있다. 뉴 리더 중국의 부상은 미래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될 지, 그러한 중국과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 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다. 여기에는 북한과 중국과의 오랜 동맹 관계, 해역을 접하고 있는 접경국으로서의 중국, 경제적 파트너로서의 이해관계, 미국ㆍ일본과의 3자 관계 설정 등 복잡한 변수들이 한데 뒤얽혀 있다. 분명한 것은 뉴 리더 중국과의 향후 관계 설정은 미국이 유일 강대국이었던 지금까지 보다 훨씬 힘겹고, 실익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송영웅 사회부 차장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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