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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새로운 자본주의 선언' "미래엔 도덕적 가치가 핵심 자본" 나이키·구글·스타벅스서 본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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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새로운 자본주의 선언' "미래엔 도덕적 가치가 핵심 자본" 나이키·구글·스타벅스서 본 희망

입력
2011.08.12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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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자본주의 선언/우메어 하크 지음·김현구 옮김/동아일보사 발행·308쪽·1만4,800원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의구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국가부채 한도 조정 협상이나 신용등급 강등 이후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는 세계 경제를 보면 그 같은 불안에 현실감마저 감돈다. 빌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를 비롯해 여기저기서 자본주의 개조론이 터져 나온 것도 이 같은 영향이다.

영국 출신 투자컨설턴트 우메어 하크가 쓴 <새로운 자본주의 선언> 도 이 같은 자본주의의 자기혁신론을 담은 책이다. 담론은 자본주의의 틀 속에서 전개되지만, 책 제목이 흉내 내려 한 '공산당 선언'만큼이나 어떤 의미에서는 혁명적이고 근본적인 자기 반성을 담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 세계 도처에서 목격하는 경제 불안은 단지 각국의 국가부채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데 원인이 있다. 자본주의 초창기에 세계는 풍부한 자원과 원재료를 가진 안정된 큰 세계였지만, 지금 21세기는 천연자원이 거의 없고 수요가 충족되지 않으며 혼잡하고 아주 작고 허약한 세계로 변모했다. 그런데도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정확히 말하면 기업의 운영 방식)은 옛날 그대로다. 자원을 무한한 듯 남용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며 비용 우위를 실현하기 위해 혈안이다. 사회와 공동체, 나아가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당한 비용 전가 위에 존립해왔다는 이야기다. 현재의 위기는 단지 금융 부채가 아니라 이런 '경제적 부채'가 초래한 훨씬 뿌리 깊고 폭넓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저자는 대안적인 자본주의의 초석을 놓을 기업 모델을 찾기 위해 세계 250개 기업을 분석했고 여기서 15개 회사를 골라 냈다. '건설적 자본가'들로 명명된 이들은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 전략 혹은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제도'를 만들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이 기업들이 추구하는 5가지 제도적 틀로 자원을 재생하는 가치 사이클 추구, 자원을 민주적으로 할당할 줄 아는 가치 대화,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철학의 확립, 경쟁의 새로운 영역을 창출하는 시장 완성, 더 좋은 재화의 생산과 소비를 꼽았다.

예를 들어 기존의 자본주의 모델인 '가치 사슬'이 원재료를 조달해 상품을 만들어 이를 출하한 뒤 서비스를 해주는 것으로 끝난다면 '가치 사이클'은 역물류를 통해 폐기된 상품을 회수해 이를 재생산한다. 나이키의 '컨시더드 지수'는 자사 신발의 환경발자국(환경적 영향)을 평가해 상품 생산 과정에서 얼마나 자원을 고갈시키는지, 어느 지점에서 재생 가능한 재료와 투입물로 전환해야 할지 파악한다. 그래서 나이키 그라인드 같은 재생고무를 사용해 13% 더 가벼운 신발을 만들어내 마진 폭을 개선하면서 사용자뿐 아니라 사회에도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마이스타벅스아이디어닷컴을 통해 누구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 투표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스타벅스는 가치 대화의 좋은 사례다. 웹에서 민주주의는 가능하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정보의 휴대화를 가능토록 하는 데이터해방전선 팀까지 만들고 모든 정보의 색인화를 추구해 기존의 경쟁 틀을 뛰어 넘어버린 구글은 기업 전략에서 철학으로 전환한 모범이다. 저가승용차 나노를 개발한 인도의 타타자동차처럼 극빈층 소비까지 가능하게 만든 것은 시장을 완전하게 한다. 닌텐도의 게임은 더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낸 사례로 볼 수 있다.

결국 그의 주문은 '사람들과 공동체들, 사회와 자연 세계, 미래 세대에 지속적이고도 진정하며 유의미하게 편익을 주는 활동'으로 수익과 가치를 창출하라는 것이다. 치열한 수익ㆍ가격 경쟁 속에서 미래 경영의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저자가 눈여겨본 기업들이 경쟁력이 있다(물론 그렇지 못한 기업이 더 많을 것이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노동'의 관점이 빠진 이 책은 한국어판에 쓴 제목(원제는 )처럼 '자본주의' 구상이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21세기형 미래 기업을 위한 청사진'으로 새겨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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