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kookilbo 국정원의 일은 언론에서 너무 간섭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아직 완공도 되지 않은 국정원 청사 사진을 공개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국가 기밀을 다루는 정보기관인데…. (한국일보 8일자 11면 "제주 국정원 청사 '호화 별장' 짓나"기사에 대한 @sonic265Ann님의 멘션입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사실 기사 출고까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간섭'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국정원도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감시를 해야 하고, 제대로 일을 하지 않을 땐 간섭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국정원은 최근 나라 망신을 톡톡히 시킨 기관입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 리비아 파견 첩보원의 추방, 프랭크 라뤼 유엔 특별보고관 미행 발각 등 연이은 첩보활동 실패를 기억하실 겁니다. '좀도둑만도 못한 흥신소'라는 비난까지 받았지요. 이런 기관이라면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봤습니다.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의 감시를 받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보위 소속 의원실에 관련 사실을 문의하자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취재 내용을 공유했습니다. 의원실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렇게 크게 짓는 이유를 함께 알아보자"고 했습니다. 기관 특성상 청사 크기를 무조건 나무랄 일은 아니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의원실도 이유를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국정원은 묵묵부답이었고요.
낱낱이 공개하라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수백 억원의 세금을 들여 짓는다면 국민 대표인 의원들에게라도 최소한의 설명은 있어야 한다는 거였지요. 에둘러서라도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고 납득시켰다면 이런 간섭은 필요하지 않았을 겁니다.
sonic265Ann님의 지적처럼 국정원의 특성을 고려해 위치나 청사 모습을 보호해 줄 필요는 있습니다. 하지만 각종 포털 사이트를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국정원의 위성 사진과 청사 사진을 구할 수 있습니다. 주차 차량 대수로 근무인원까지 추정할 수 있는 게 현실입니다. 지역 주민들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고 누구라도 근처에 가면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건물 사진이 나갔다 해서 국정원 활동이 위축되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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