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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내년부터 우리약으로 치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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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내년부터 우리약으로 치료한다

입력
2011.08.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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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첫 백혈병 치료제가 임상시험에서 순항 중이다. 내년쯤엔 백혈병 환자들에게 보편적으로 쓰일 수 있으리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11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함께 개발을 지원 중인 백혈병 치료제(항암제) '라도티닙'(제품명 슈펙트)이 3차 임상시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라도티닙은 일양약품과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동욱 교수팀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라도티닙의 3차 임상시험은 한국뿐 아니라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 5개국 20개 병원에서 240여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라도티닙의 개발에 43억원을 지원했다.

라도티닙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기존의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을 뛰어넘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글리벡은 암세포만 골라서 없애도록 설계된 세계 최초의 백혈병치료제다. '기적의 항암제'라는 별칭까지 붙었고 2001년엔 우리나라에도 도입됐다. 현재까지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백혈병 치료제다.

문제는 암세포에서 돌연변이가 나타나면서 글리벡이 듣지 않는 환자들이었다. 그런데 라도티닙은 지난 임상에서 글리벡이 듣지 않는 환자들에게도 효과를 보였다. 기존 치료제보다 주요 세포유전학적 반응률이 2배 이상 높아 내성 환자에 강한 효과를 나타냈다.

김태희 진흥원 신기술개발단 연구원은 "글리벡을 포함해 기존의 치료제가 듣지 않았던 환자 100여명에게 임상시험 한 결과 모두에게서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며 "글리벡보다 더 높은 치료율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라도티닙이 글리벡을 능가하는 백혈병 치료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이유다.

건강보험의 곳간을 축내는 글리벡의 비싼 약값도 골치였다. 현재 글리벡의 값은 100㎎ 한 알당 1만9,818원이다. 보통 환자들이 하루 4~8알을 먹어야 하니 약값에만 한 달에 240~470만원이 들어간다. 이 가운데 95%를 건강보험이 부담한다. 지난 해 글리벡의 국내 매출이 900억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건보 재정에서 850억원이 글리벡을 만드는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로 빠져나간 셈이다.

이 정도의 약값도 2009년 복지부가 장관 직권으로 14% 인하를 결정한 결과다. 그러나 한국노바티스는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는 "라도티닙은 우리 자체기술로 개발하니 약값이 더 싸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건보 재정이나 환자의 부담이 훨씬 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복지부는 해외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라도티닙은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청에 '글리벡 내성 환자 치료를 위한 2차 치료제'로 허가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식약청의 심사를 통과하면 우선 글리벡이 듣지 않는 환자들에게 제한적으로 쓰일 수 있게 된다.

라도티닙의 '라도(Rado)'는 'Representative Antileukemic Drug of Ours'의 약자로 '우리의 대표적인 백혈병 치료제'라는 뜻이다. 라도티닙이 이름값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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