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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대기업 회장들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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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대기업 회장들이 문제다

입력
2011.08.1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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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물론 전 국민의 관심사가 돼버린 한진중공업 사태는 정상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 50여일 동안 해외에 나가 있다가 귀국한 조남호 회장이 10일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밝힌 해결방안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해결방안은 '경영 정상화를 전제로 한 퇴직자 재고용'등 몇 가지로 요약되지만, 핵심은 정리해고 철회는 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 대신 제시한 것이 희망퇴직자 처우책 등인데, 노조 측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기만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정리해고의 경우, 무조건 정리해고를 철회하라는 주장은 조 회장의 주장대로'경쟁력 없는 상태로 돌아가 생존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기업은 고용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며, 기업 경영의 최고 덕목은 지속 가능한 생존과 발전이 될 수밖에 없다. 무조건 정리해고를 철회하라는 요구는 무리이다.

한진중공업의 긴 정리해고 갈등

문제는 진정성이다. 조 회장이 약속한 대로 지역주민 발전기금을 조성하고 희망퇴직자 자녀 학자금을 대졸 때까지 지원해 주는 돈이면 해고된 노동자들의 연봉을 훨씬 상회한다. 그런데 회사가 어려워 해고했다니 말이 되느냐, 3년 안에 회사가 정상화하면 재고용을 고려하겠다는 말도 과거의 예로 보아 믿을 수 없다는 게 노동자들의 반응이다. 그들은 특히 마산공장 울산공장 율도공장을 차례로 폐쇄하면서 "앞으로 정리해고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도 약속을 어겼다고 말하고 있다. 200일 넘게 크레인 농성 중인 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은 약속을 번복하며 되풀이되고 있는 정리해고의 악습을 끊는 게 투쟁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리해고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면 진정성과 성의를 가지고 행하고, 사람을 대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기업의 회장들은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임원이나 종업원들을 종이나 머슴 정도로 생각할 뿐 기업활동을 함께 하는 동료라고 보는 감사의 마음과 정이 없다. 그러니 사람을 잘라도 미안해하지 않고 약속을 어겨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신뢰가 없으니 불신의 악순환이 끊어지지 않는다.

조 회장의 행동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우선 부산시의 공직자도 아닌데 기자회견을 부산시청사에서 한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해고자들로부터 욕을 먹든 돌을 맞든 기자회견은 회사에서 해야 옳았다. 김진숙 씨의 건강이 염려된다면 크레인 가까이 가든지 직접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대화를 하는 게 더 좋았을 것이다. 조 회장은 기자회견을 하면서 울먹였지만 그렇게 혼자 울 게 아니라 사원들과 함께 울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밝힌 정도의 해결방안은 훨씬 전에 제시할 수 있었는데도 마냥 시간을 끌었으니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틀린 것이다. 경영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평창이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던 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 그에게도 눈물이 있구나 하는 생각, 재벌 회장도 저럴 수 있구나 하는 놀라움에 감동을 받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같은 눈물이라도 정을 느끼게 하지 못하는 눈물은 역효과만 내기 쉽다.

그런데 대기업 회장들은 서민들의 사업을 빼앗고, 편법 상속에 골몰하고, 자기 돈이 아니라 회사 돈으로 성금 내며 온갖 생색을 내고, 한 대에 얼마씩 준다며 몽둥이찜질이나 하고, 아들이 얻어맞았다고 보복하러 다니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며 과속으로 람보르기니 몰고 골프장에 다니고, 그렇게 천박하고 별세계 사람처럼 분별없는 행동을 하니 누가 존경은커녕 신뢰라도 할 수 있겠는가.

할 일ㆍ하지 말아야 할 일 알아야

서민들은 갈수록 살기가 어려워지고 청년들은 취업이 안돼 절망 속에서 울분과 원한을 키워가고 있다. 요즘 동반성장이니 창조적 자본주의니 착한 자본주의니 하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렇게 달라지는 시대에 대기업의 회장들이 할 일은 참 많다.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참 많다. 그런데 그런 점을 본인들만 모르고 있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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