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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듯한 집안 자녀도 가담 '혼재된 영국 폭도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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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듯한 집안 자녀도 가담 '혼재된 영국 폭도의 얼굴'

입력
2011.08.1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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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남성 마크 더건이 경찰 총격으로 숨진 뒤 발생한 영국의 폭동을 한쪽 면만 보는 단순한 접근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처음에는 더건 사망에 항의하기 위해 토트넘에서 시작된 시위가 영국 전역에서 무질서와 혼란으로 번진 것을 두고 사회ㆍ경제적 문제에서 원인을 찾는 시각이 많았다. 빈부격차와 높은 실업률, 정부의 재정감축으로 인한 공공 서비스 축소 등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폭발하면서 방화와 약탈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폭동 확산의 주요 원인을 사회의 구조적 측면에서 찾았다. 매튜 굿윈 노팅엄대 정치학 교수는 "영국의 젊은이들이 정치 제도에서 소외된 측면이 있다"고 했고 다른 전문가들은 "폭동이 현 경제 위기와 관련이 없다는 것은 편협한 생각"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이런 해석만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드러나고 있다. 폭력과 약탈 등 폭동에 참가한 사람들의 계층, 인종, 나이 등이 복잡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를 두고 '혼재된 폭도들의 얼굴'이라고 표현했다.

폭동 혐의로 체포된 1,000여명 중 10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법정에 나온 이들의 면면은 구조적 문제에서 원인을 찾은 전문가들의 분석과 보기 좋게 빗나갔다. 결손 가정 출신 젊은이도 있었지만 11세 소년과 대학생, 교직원, 번듯한 사업가의 딸도 포함돼 있었다. 롬퍼드 출신인 11세 소년은 50파운드짜리 캔을 훔쳤다가, 17세의 기계학도는 의류매장을 턴 사촌과 함께 있다가 절도 혐의로 붙잡혀 법정에 섰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사태를 지켜본 사람들이 전한 현장의 모습도 폭동 확산의 이면을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는 해석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크리스 본드 노동당 의원은 "폭도의 모습은 분노가 아니었다"며 "단지 그들은 거대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고 지적했다. 캠든에서 폭동 사태를 목격했다는 한 인종 문제 전문가는 "약탈에 참가한 10대들의 얼굴이 절박해 보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한 소년의 말을 전한 뒤 "폭동은 단순한 욕심 때문"이라며 "사회적 경제적 문제가 아닌 도덕과 문화의 문제이기에 더욱 위험하고 어렵다"고 했다. 구체적인 논리나 행위의 정당성에 대한 주장을 찾기 힘든 '이유 없는 반항'처럼 가담한 사람들도 많다는 의미다.

범죄 심리학자 케이 누니는 "(폭동에) 고차원적인 목적이 있는 게 아니다"며 "단지 충동적 행위, 거대한 모험을 하는 군중"이라고 설명했다. 인종평등 싱크탱크인 러니미드 트러스트 대표 로브 버클리는 "어떤 행동이 범죄이고 또 어떤 행위가 범죄가 아닌지 구별하기 힘들다"며 "영국 사회가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10일 긴급각료회의를 열고 미국 보스턴시 등의 조언을 얻어 갱 문화 대처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메시지 서비스 제한을 검토하고 경찰이 특정 기간, 특정 지역 사람들의 마스크를 벗길 수 있는 권한을 부여키로 했다. 이날 벨기에 안트베르펜의 중심 거리에서는 수백명이 패싸움을 벌여, 영국 폭동이 유럽의 다른 국가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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