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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 쇼크/ 美·유럽증시 반짝 약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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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 쇼크/ 美·유럽증시 반짝 약발 왜…

입력
2011.08.1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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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은 순간이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제로금리 2년 유지 발표에 9일 깜짝 반등했던 미국과 유럽의 증시는 하루 만에 곤두박질쳤다. 위기의 실체도 없었다.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이 내려가고, 은행들의 부실 여신이 급증할지 모른다'는 말 그대로 소문에 의해 주식시장이 요동친 것이다.

프랑스발 위기설은 작은 오보에서 시작됐다. 7일 영국 신문 메일은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은행이 스위스프랑화의 가치 급등으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보유금을 팔았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곧 오보로 판명됐으나 투자자들은 너도나도 프랑스 은행 주식을 내다팔기 시작했다. 작은 루머에도 주가가 출렁일 만큼 세계 금융시장에 만연한 공포감의 무게는 컸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 "보톡스 경제학이 유로존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전했다. 보톡스는 외모를 향상시키기 위해 가하는 충격 요법. 하지만 효과는 일시적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제로금리 유지와 같은 단기 처방만으로는 금융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을 억누를 수 없다는 얘기였다. 킨너 라카니 씨티은행 애널리스트는 "오늘은 소시에테제네랄을 주목하고 있지만 내일이면 또 다른 은행에 화살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위기 때와 달리 정부가 위기 극복을 위해 쓸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거의 없다는 데에 있다. 미국과 유럽 각국이 제로금리를 유지하며 유동성 확대를 꾀했음에도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금융리스크 관리분야의 권위자인 사트야지트 다스는 "당시는 정부가 돈을 풀어 민간부문의 부실을 떠안았지만 지금은 정부 자체의 위기"라고 말했다. FT는 현재 상황이 재정ㆍ통화정책의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았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세계 증시가 일시적 반등에 그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됐다. 9일 주가 급등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고, 금 가격도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초저금리 기조를 3년 넘게 유지해 와 제로금리 약속에 따른 혜택이 미미하다는 점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이처럼 정책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위기 해법의 종착역은 정치권이 될 수밖에 없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정치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정치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흔히 개발도상국에서나 볼 법한 일이지만 정치권과 정책 당국의 전략 부재가 위기를 키운 주범인 만큼 해결책 역시 이들에게서 나와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미 의회가 부채한도 증액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당리당략적 행태와 구제금융을 둘러싼 유로존의 정책 혼선 등은 여전히 정치권의 문제해결 능력에 의문을 품게 한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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