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중국공부를 새로 시작하면서 중국내에서 살아온 우리 동포들의 생활상부터 알고 싶어 국내에는 '만주'로 알려진 연변조선족자치주를 한달간 여행하고 돌아왔다. 인구의 흐름은 돈의 흐름과 밀접함을 재차 인식하게 됐다. 한반도가 일제에 강탈당해 모두가 가난했던 1910년부터 만주의 한국인은 20만명에서 200여만명으로 급속히 불어났다가, 해방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고국으로 돌아오고 45년에 만주지역에는 130여만명이 남아 그때부터 '조선족(중국내 공식명칭)' 중국인으로 생활하고 있다.
한국어보다 중국어 사용 선호
2000년 중국의 제5차 전국인구전면조사에 의하면 중국내 조선족의 총수는 192만명이고 그중 177만명이 동북3성에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30여년전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연변 조선족의 인구수는 급격하게 줄고 있다. 중국정부는 1가정 1자녀 원칙에 예외를 둬 조선족가정에서는 자녀 둘을 낳도록 권장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음에도 조선족 출산율은 계속 하락했다. 연변 조선족 인구의 구성비가 49년 63.4%이던 것이 2007년엔 37%로 급감했다. 중국내 조선족 인구감소는 한국의 발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연변에서 한국으로 나오는 조선족 여성의 수가 매년 증가해 93년엔 1,400명에 불과했으나 2000년대에는 매년 1만명 이상이 되어 2006년도 연변 통계로는 조선족 가임여성 6만여명이 중국에서 한국가정으로 편입됐다.
조선족 인구감소는 곧바로 한민족 언어 교육의 부진과도 연결된다. 조선족 소학교(초등학교)가 188개소에서 현재 77개소 밖에 남지 않았고, 일부 조선족 가정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자녀를 조선족학교에 보내지 않고 중국어교육을 위해 한족학교에 보내고 있다. 조선족 실태에 관한 연변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조선족들이 조선족 언어문자를 별로 사용하지 않고 자녀의 한족사회 교류 및 진입을 위해 일상생활과 교육에서 중국어 사용을 습관화시킨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중국 조선족의 민족언어 부진 추세는 한민족으로서의 민족의식이나 대한민국 국민과의 동포유대감 등 민족문화적 퇴보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국에 사회경제적인 손실과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결혼이주자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던 중국 조선족 여성에게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언어 문제가 생겨 베트남 신부와 같은 이민족 다문화가정에서 겪는 언어 소통문제가 새로 생겨날 것이다. 산업계에 새로이 도입된 방문취업제를 통한 중국 및 소련지역 재외동포들의 국내 취업에서도 타민족과 같은 언어소통 부담이 새로 생겨날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에도 한국어와 중국어가 가능한 중국조선족이라는 이중언어 자원이 줄어들고 있다.
한민족 언어의 소중함 교육시켜야
해법은 무엇인가. 중국은 문화라는 소프트 파워를 통해 국가브랜드를 높이고 문화의 핵심인 언어(중국어)를 세계인에게 가르치기 위해 2004년 서울에 맨 처음 '공자학원'을 개설했다. 이후 2010년 현재 91개국에 322개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세종학당'을 2009년부터 만들어 해외에도 75개를 두고 있다. 이 중 25개는 중국에 있다고 하나,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을 주요 대상으로 할 뿐 조선족 등 재외동포 자녀들의 한국어 교육진흥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하다. 연변자치주 정부보고서에서는 조선족의 민족언어 교육을 진흥해야 함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소중한 결혼자원이자 노동시장에선 효율적인 산업자원이기도 한 중국내 조선족 청소년들의 언어교육을 문화정책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희소광물자원의 확보 못지 않는 미래를 대비하는 희소문화자원의 보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숙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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