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도 달리고, 신문 하나도 제대로 볼 수 없는데…." 청와대가 차관급인 수석비서관 전용 차량을 중소형 차에서 중형 이상급으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청와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의 일부 보좌관들이 최근 수석 전용 차량 교체 문제를 놓고 논의를 벌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석들이 현재 타고 있는 1,600cc급 아반떼 하이브리드가 이용하기 불편한 만큼 연료 효율도 높고 실내도 더 넓은 2,000cc급 쏘나타 하이브리드, K5 하이브리드 등으로 바꾸자는 말들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실 수석비서관 전용 차량을 3년 전 바꿀 당시부터 이 같은 논란은 예상됐던 일. 청와대는 2008년 7월 에너지 절감에 솔선수범하자는 취지로 수석비서관 전용차량을 2,500cc급 이상의 체어맨과 그랜저 등 대형세단에서 1,400cc급 베르나 하이브리드 7대, 프라이드 하이브리드 2대, 1,000cc급 모닝 1대 등 10대의 소형ㆍ경차로 바꿨다. 당시 녹색성장을 표방한 청와대의 이 같은 변화는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차 힘이 달려 대통령이 탄 차를 못 따라가 수행 중에 미아가 된다' '좁아서 신문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내부 불만이 속출했다. 일부에서는 출퇴근용으로만 쓰고 지방출장 땐 대형 세단을 타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에 청와대는 2009년 10월 베르나ㆍ프라이드 하이브리드를 1,600cc급 준중형의 아반떼 하이브리드 9대로 교체했다. 차량을 바꾼 지 1년여 만의 일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석 보좌진들 사이에 '힘이 없고 작아서 계속 교체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기왕에 바꾸는 것 원래(대형세단)로 돌아가자'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3년 전 수석 차량을 대형세단에서 소형차로 바꾼다고 할 때 '의욕도 좋지만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며 "청와대의 최종 결정은 지켜봐야겠지만 '세금으로 쇼를 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총무기획관실 관계자는 "몇몇 보좌관들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눈 이야기로 알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일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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