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지난해 12월 노조파업 이래 처음으로 10일 공개석상에 나와 나름의 해법을 제시함에 따라 사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정리해고 철회 쉽지않은 협상
조 회장이 이날 제시한 해법에 대해 노사의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한진중공업측은 "수용 가능한 안을 제시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금속노조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제안"이라고 반박했다. 핵심 쟁점은 '정리해고 철회'문제다. 조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경영 책임자로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다"며 반성의 뜻을 나타냈지만 정리해고 철회 주장에 대해서는 "생존을 포기하라는 얘기"라며 단호히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정리해고 문제에 대한 의견접근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노사가 이 문제에서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측으로선 '정리해고 철회' 수용이 노조에 항복하는 모습으로 비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노조로서도 김진숙 지도위원이'정리해고 철회'보장 없이 고공농성 중단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황에서 정리해고 수용을 전제로 한 어떤 협상도 진행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11일 재개되는 노사교섭에서 양측이 어떤 카드를 제시할지가 관심사다. 노조는 교섭에서 "농성자 93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철회한 뒤 최대한 희망퇴직자 신청을 더 받은 뒤 논의하자"고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사측이 '정리해고 철회불가'라는 조 회장의 입장만을 고수할 경우 상당기간 협상은 공전할 가능성이 있다.
제3자 중재노력이 관건
상황을 낙관할 수는 없지만, 일단 협상에 들어가면 돌파구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700명의 정리해고자를 낳았던 대우자동차 사태(1999년), 270여명이 정리해고된 현대자동차 사태(1998년)에 비하면 93명의 정리해고자만 남아있는 한진중공업 사태는 타협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협상의 진전여하에 따라 금속노조는 '정리해고 후 3년 내 복직 약속'이라는 조 회장의 제안을 준거로 삼아 복직 시기를 단축하는 식으로 협상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우자동차나 현대자동차 사태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년 후 복직을 약속했지만 한 명도 직장에 돌아가지 못한 쌍용자동차 사태를 경험한 금속노조가 회사의 제안을 수용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리핀 수빅조선소 건설로 인한 구조조정은 없다'는 합의안(2007년)과 '파업 철회시 정리해고 철회'라는 합의안(2010년)이 있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은 회사에 대한 노조의 불신이 깊다.
정리해고 철회 문제에 대한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협상 재개 후 약속 이행을 담보할 만한 제3자의 중재노력이 중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노사관계 전문가인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 이번 사태는 경영 실패를 인력감축이라는 카드로 해결하려 한 회사의 잘못이 큰 만큼 사측이 정리해고 철회라는 결단을 내려야 풀릴 수 있다고 본다"며 "사측에 정리해고 철회의 명분을 주기 위한 정부나 정치권의 중재 노력이 이번 사태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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