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잘라 책을 만드는 시대가 사라지고 2015년부터 전자책 교과서 시대가 온다. 교과부가 스마트교육을 위해 무려 2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한다고 하니 전자책 돌풍이 요란하게 불 것이다. 나무가, 숲이 보존되는 일에는 환영하지만 전자책을 통해서 이뤄질 교육이 긍정적인 미래는 아닌 것 같다.
우리 교육은 오랫동안 종이책 교과서를 두고 선생과 학생의 가르침이 존재해왔다. 종이책이 나무에서 왔으니, 크게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 '숨을 쉬는 자연'이 놓여있다. 나무와 숲이 대신하던 자리에 이제 전원을 켜야 화면이 뜨는 디지털의 시대가 온다. 젊은 날 중학교 선생이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지금의 교육환경을 지옥과 천국으로 비유해도 과한 것이 아닐 것이다.
학교 관리자로 있는 선배가 교육부가 학교에 '돈을 퍼붓는다'는 표현을 쓰는 것을 들었다. 가끔 학교를 방문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지적이었다. 거기다 전자책 교과서라니! 종이책이 사라지면 공책도 사라지고 연필도 사라질 것이다. 학생들은 전자노트에 전자펜으로 기록할 것이다.
아니, '쓰다'라는 일이 사라질 것이다. 종이책을 만지거나 넘기면서 대화하던 자연의 시간이 사라질 경우, 결국 학생들이 피해자가 될 것이다. 학생들이 제일 먼저 전자책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다. 두렵다. 읽어서 수업이 가능한 전자책의 진화가 계속되면 선생의 자리마저 사라질 것 같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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