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10일 축구장 4배 크기만 한 1만3,100TEU(1TEU=6m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을 발주했다. 국내 해운업체가 발주한 선박 중 가장 큰 규모로, 금액은 5대를 합쳐 약 6,95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배를 맡긴 곳이 현대중공업이 아니라 대우조선해양이었다. 현대상선은 지금까지 주력선박의 경우 거의 예외 없이 범 현대가인 현대중공업에 발주했는데, 이번엔 그 관행을 깨고 대우조선에 주문한 것이다.
현대상선측은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이 가격과 인도시기 면에서 가장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현대중공업에 쌓인 감정의 표출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상선의 오너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최근 몇 년 새 현대중공업 오너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과 상당히 껄끄러운 관계였다. 지난 2006년엔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 지분을 매집, 경영권 대결 일보직전 상황까지 갔다. 앞서 2003년 현 회장의 시숙인 정상영 회장의 KCC그룹이 현대그룹 경영권 확보를 시도할 때 현대중공업은 KCC편에 섰다. 현대중공업은 현재도 23%대 지분을 보유한 현대상선의 2대 주주여서, 최대주주인 현 회장측은 현대중공업에 대해 항상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후문이다.
양 측은 지난 3월에도 갈등을 빚었다. 올 3월 현대상선 주주총회에서 현 회장측이 우선주 발행한도를 2,000만주에서 8,000만주로 확대하는 정관 변경을 시도했으나 현대중공업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갈등을 거치면서 양측은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결국 현대상선이 최대 거래처이자 2대 주주인 현대중공업에 배를 주문하지 않고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하게 됐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지금 분위기라면 향후 추가발주도 현대중공업 쪽엔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편 현대상선은 이번 선박들을 2014년 1분기부터 인도받아 아시아-유럽항로에 투입할 계획이다.회사 관계자는 "친환경 엔진을 탑재할 것이며 해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외부에서 선내로 들어오는 계단을 없애고 승무원 데크까지 방탄유리가 설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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