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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악몽에 우리 말도 잊고 타국 살던 할머니 2명 고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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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악몽에 우리 말도 잊고 타국 살던 할머니 2명 고국에

입력
2011.08.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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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살이야, 어디 있었어?" "아흔, 말레이시아." 각각 태국어 일본어 한국어를 쓰는 백발의 할머니들이 통역을 거쳐 어렵게 대화를 이어갔다.

12일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제1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 92년부터 한국 일본 필리핀 등지에서 평균 2년에 한번 꼴로 열린 이 회의가 올해는 서울에서 15일까지 열린다.

올해는 특히 1991년 8월 14일 고(故) 김학순 할머니(당시 67세)가 우리나라 최초로 위안부 공개 증언을 한 지 꼭 20년 되는 해. 타국에 살던 이들도 노구를 이끌고 고국을 찾아왔다.

노수복(90) 할머니는 스물한 살이던 1942년 부산 영도다리 근처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다 일본군에게 끌려갔다. 싱가포르 태국 등지에서 3년간 위안부 생활을 강요 받은 노 할머니는 일본 패전과 함께 태국 유엔군 포로수용소에 수용됐으나 탈출해 태국에 정착했다. 한국말도 생일도 모두 잊었다. 하지만 8월15일만은 '나라를 되찾은 날'이라며 또렷이 기억해 이날을 생일로 지낸다. 일본 정부 얘기를 꺼내자 "메이디 막막"(너무 나쁘다)만 되풀이 했다.

열 여섯에 일본군에 끌려가 중국에서 위안부 생활을 하다 일본에 정착한 송신도(89) 할머니도 패전 후 두 번째로 고국을 찾았다. 일본 각지에서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말라"는 호소를 하고 있는 송 할머니는 13일 오후 아시아연대회의에서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증언도 할 예정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길원옥(83) 할머니는 "위안부가 세상에 알려진 게 20년이지, 우리는 위안부가 된 날부터 70년 넘는 시간 동안 하루도 편치 않게 살았다"며 일본 정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아시아연대회의는 13일 그 동안의 활동에 대한 평가와 토론 자리를 갖고 14일에는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희망의 문열기 행사 등을 갖는다.

남보라 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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