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명동의 대표 맛집에 싸움이 붙었다. 해외 관광객에게도 널리 알려진 명동의 칼국수 전문점 명동교자와 국밥과 전으로 유명한 명동 따로국밥집이 이주 비용 문제로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 따로국밥집 앞에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플래카드가 붙었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두 식당의 싸움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1969년 같은 자리에 나란히 문을 연 두 집은 가족끼리 왕래하며 주방장 정보를 교환하는 등 말 그대로 이웃사촌이었다. 그런데 2002년 11월 장사가 잘 된 명동교자 측은 식당 확장을 위해 따로국밥집이 수십년째 영업하고 있던 서울 중구 명동 2가의 2층짜리 건물을 매입했다. 양측은 이후 2년씩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며 아무 문제없이 2009년까지 왔다.
그러나 2009년 6월 당시 어머니가 경영하던 따로국밥집을 아들 이모(51)씨가 물려받은 뒤 명동교자가 나가줄 것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이씨는 같은 해 7월1일자로 명동교자 측과 2년 임대 계약을 맺는 대신 계약 만료 후 수리비, 권리금 등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작성했다.
계약을 연장한 이씨는 같은 해 7월5일부터 낙후된 건물 인테리어 수리를 하겠다고 명동교자에 통보했고, 명동교자도 흔쾌히 동의했다. 그러나 공사 첫날 2층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명동교자 측은 건물 원상 복구를 요구하고 더 이상의 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했다. 이씨는 “당시 계약할 때 각서를 쓰지 않으면 계약을 못 하겠다고 해 부득이 하게 됐다. 내부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건물을 복구하는 데 든 수리비 등으로 4억6,000만원이 들었는데 이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명동교자 관계자는 “우리가 보상해야 할 법적 이유가 전혀 없다. 다만 인정 차원에서 이사 비용 등으로 3,000만원을 줄 생각이었는데 수억 원을 요구한다면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맞섰다. 두 음식점의 다툼이 상가 세입자와 주인의 권리금 다툼 성격으로 변질되면서 43년 이웃사촌의 인연까지 접게 만들었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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