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글로벌 금융 쇼크/ 美 경제 ‘공포의 악순환’ 단계 진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글로벌 금융 쇼크/ 美 경제 ‘공포의 악순환’ 단계 진입

입력
2011.08.10 12:01
0 0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페인트 회사를 운영하는 파멜라 클라크씨는 최근까지만 해도 직원을 더 써 볼 참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채용을 못했지만, 올 초부터 주문이 늘며 여력이 생겼기 때문. 새 사무실을 얻을 계획도 있었다.

그러나 클라크씨는 요 며칠 상황을 지켜본 뒤 사업규모를 키우겠다는 생각을 바로 접었다. 국가부채 협상, 미국 신용등급 하락, 증시폭락 등 악재가 쉬지 않고 이어진 탓이다. “지금 상황이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기 때문에, 경제가 어떻게 갈 지를 지켜보려 한다”는게 클라크씨가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에 밝힌 요즘 심경이다.

경기 호전에 대한 기대감은 소비를 늘리기에, 기대감이 높을 때 기업은 수요 증가에 대비해 고용을 늘린다. 증가한 고용 덕에 민간 소득수준이 향상돼 또 소비가 늘고, 다시 기업 생산이 증가해가는 과정이 한 나라 경제가 성장하는 정상 패턴이다.

그런데 지금 미국 경제는 클라크씨 사례에서 보듯, 정반대로 가고 있다. 경기 우려→ 고용ㆍ소비 둔화→ 생산ㆍ소득 감소→ 고용ㆍ소비 둔화의 악순환이 이어질 판이다. 9일 IHT는 “기업가는 고용을 미루고 소비자는 지출을 취소하고 있다”며 “망설임이 미국 경제를 약화시키고 있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컨설팅업체인 AT커니의 폴 로디시나는 “경제에 관해서만은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처량해졌다”면서 “모든 게 나빠질 것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지갑을 그냥 쥐고만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가장 타격을 입게 될 분야는 고용이다. 금융위기 기간 동안 미국에서 8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지난해 3월 이후 고용이 플러스로 돌아선 뒤 창출된 일자리는 175만개에 불과하다. 7월에 늘어난 일자리도 17만 8,500개로 기대에 못 미쳤다. 사라진 일자리의 4분의 1 수준을 회복하는데 그친 이 때, 다시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고용 지표는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 기댈 언덕이었던 정부도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어 하반기 내내 공공부문에서 대량 해고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 감소는 공포의 악순환이 심리에서 실물로 번지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소비도 상황이 좋지 않은데, 특히 부동산 경기가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불확실성 때문에 실수요자까지 주택구매를 미루고 있는 것.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플로리다 주 새러소타의 부동산 중개인 섀넌 무어는 “고객들로부터 ‘몇 달 있다가 다시 올게요’란 소리를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공포심리를 덜어주는 수밖에 없다. JP모건의 자산 매니저 앤드류 골드버그는 “앉아서 기다린다는 자세 때문에 경기지표의 악화가 초래된다”며 “사람들이 믿는 대로 미래 상황이 진행되는 ‘자기실현적 예언’이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