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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은 프로! 클럽스포츠] <11> 조기축구회 개원 드래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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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은 프로! 클럽스포츠] <11> 조기축구회 개원 드래곤즈

입력
2011.08.10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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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쏟아진 지난 31일 일요일 오전 7시께 서울 강남의 개원초등학교 운동장.

빗속을 뚫고 운동가방을 든 사람들이 하나, 둘 운동장 옆 비가림이 있는 계단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서"이 비에 공 차러 나오다니 너나 나나 참 극성이다. 일하라고 하면 하겠어?", "남들이 보면 XX놈들 이라고 하겠지"등등의 말들이 오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축구공은 굴러간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는 개원드래곤즈 조기축구 회원들 이야기다. 개원 드래곤즈는 지난 겨울 폭설로 운동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자 하루라도 더 빨리 공을 차려고 고액을 들여 중장비를 동원해 눈을 치우기도 했다. 축구선수 출신 없는 아마추어들이지만 뒤늦게 축구의 맛에 빠져 열정으로 똘똘 뭉친 팀이다.

이날 휴가 절정기에다 폭우 속에도 27명의 회원이 모였다. 평소 참석인원과 큰 차이가 없는 수 라고 한다.

갈수록 굵어지는 빗줄기도 그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을 식히지는 못했다.

맨땅의 운동장은 물이 질퍽질퍽 고인 논바닥으로 변했고, 흙탕물이 튀는 수중전이 펼쳐졌다. 물이 고인 곳에서는 공이 바로 멈추는 등의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지용길(59) 감독은 쉰 살이 넘은 김동주(52) 회원에게 "야, 동주야 똑바로 못해"라고 고함을 내지른다. 흰색의 유니폼이 황토색으로 물들었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고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실력은 동네축구 수준. 하지만'그들만의 뜨거운 리그'는 낮 12시까지 계속됐다.

이 조기회의 최고령 회원인 이경호(60) 고문은 "수 십년 동안 축구를 해와 지금은 생활이 되었다. 일주일만 공을 차지 않아도 허전하고 불안해진다. 축구가 위험한 운동이라고들 하지만 조심만하면 이만한 운동이 없는 것 같다"라고 축구 예찬론을 폈다.

영화배우 안성기 씨가 초대회장을 지내기도 한 개원 드래곤즈는 운동장에서는 화끈하게, 운동장 밖에서는 화기애애한 팀으로 소문났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분당은 물론 안양, 심지어 1시간 거리가 넘는 강화에서 오는 열성회원도 있다.

김광호(51) 회장은 "다양한 개성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각종 정보 교환 등 상부상조하고 체력도 키울 수 있어 좋다"고 자랑했다.

운동 전후에는 초등학생들의 쾌적한 환경을 위해 학교운동장 주변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 등 청소하는 것도 이 조기축구회의 전통이다. 서로의 애경사도 꼬박꼬박 챙긴다. 최근 폭우로 한 회원의 가게가 물에 잠기자 시간 나는 회원들이 달려가 일손을 돕기도 했다.

평소 생활체육에 관심이 많은 박기현 국민건강보험공단 강남북부지사장도 조기 축구회 활성화를 위해 사적으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조기축구는 아이들에게도 색다른 놀이공간이다. 매번 아버지를 따라 운동장에 나오는 최현도(50) 회원의 아들 민서(11)군은 "아저씨들이 살 빼라고 운동장을 돌릴 때는 힘들지만 아이스크림, 컵라면 등 항상 먹을 것이 많아 좋아요. 아저씨들이 유니폼도 줬어요"라며 기뻐했다.

정동철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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