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교과 교육과정이 적지 않은 반발과 우려를 사고 있다. 교과부가 그제 발표한 새 교과 교육과정의 방향이 크게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2014년부터 고교 전 교과가 선택과목으로 개설되고, 학생들이 진로와 수준에 따라 과목을 택해 배울 수 있도록 고교 학습의 틀을 크게 바꾸면 지금 같은 소모적이고 획일적인 대학입시 경쟁을 크게 누그러뜨릴 수 있다. 전 과목의 학습량 부담 20%가량 감축, 왜곡과 홀대 시비를 낳았던 역사교육 조정도 다수의 지지를 얻고 있다.
문제는 이 중차대한 작업을 추진하면서 뭣 때문에 '설사에 뒷간 찾듯' 허겁지겁 서두르냐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2009 개정교육과정은 2007년 개정교육과정을 고시한 지 불과 2년 만에 추진돼 과욕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런 판에 새 교과 교육과정에 맞춘 개정 교과서들을 당장 내년 3월까지 만들어 내겠다는 계획엔 대다수 전문가들조차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교과부의 무리수는 새 교과 교육과정에 따른 개정 교과서를 당초보다 1년 앞당겨 2013년 초등학교 1, 2학년과 중학교 1학년 등에 적용키로 하면서 비롯됐다. 이번에 나온 교과 교육과정(교과서 개편지침)도 지난 2월 교과서 시안 연구를 시작한 지 불과 4개월여 만에 나왔고, 각 교과서 출판사들 역시 개정 교과서 제작을 내년 3월까지 불과 6개월여 만에 끝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제대로 된 교과서는커녕 부실 교과서조차 만들어내기 어려운 시간"이라는 교과서 출판업자의 불만이 수긍이 갈 정도다.
'교과서적'이라는 표현이 있듯이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세상을 보는 기본 틀을 가르쳐 주는 교재다. 충분한 숙고와 연구를 통해 차원 높은 지혜가 명쾌한 내용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과서 개정에 통상 5년 정도의 준비기간을 두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가뜩이나 인터넷 루머의 국정교과서 수록 등 교과서 오류가 잇달아 지적되고 있다. 개정 교과과정의 적용을 늦추더라도 오류 없이 교과서를 잘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추진일정을 재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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