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째 영국을 뒤흔들고 있는 폭동이 남부 런던에서 중부지역으로 빠르게 북상 중이다. 그러나 방화와 약탈을 일삼는 폭력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는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영국을 휩쓸고 있다. 영국 특유의 관용정신에 대한 반성과 함께, 법이 아닌 문화적 규범으로 질서를 유지해온 영국의 전통가치가 기반을 잃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폭동, 분노를 넘어 두려움으로
폭동에 대한 영국인의 반응은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폭동을 제때 진압하지 못한 경찰과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폭동이 맨체스터와 솔프드, 리버풀, 노팅엄 등 중북부로 확산되고 민간주택 약탈로 바뀌면서 여론도 달라졌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0일 “번져나가는 폭동을 경찰이 진압하지 못한 순간 폭동과 관련해 올라오는 트위터의 반응이 분노에서 두려움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트위터에는 “마치 한 무리의 들개가 영양을 공격하는 것 같았다”는 등의 글이 많았다. 페이스북에도 폭동 참가를 독려하기보다 현재 상황과 주의사항을 전달하는 글이 주류를 이루었다. 경찰과 정부에 비판적이던 여론이 동정론으로 바뀌면서 강경진압을 촉구하는 여론도 비등해졌다.
규제 없어도 유지되던 영국 가치 붕괴
180년 동안 유지돼온 ‘최소한의 무력개입’이란 영국 경찰의 전통이 이번 사태로 깨질 위기에 처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런던 경찰은 강경 여론에 힘입어 폭동 진압에 물대포와 플라스틱 탄환 사용을 검토 중이다. 경찰 병력을 증원하는 등 방어가 아닌 공격적 진입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이번 폭동은 물리적 폭력과 별개로, 부끄러움을 알고 상대를 존중하는 영국 문화에 상처를 입혔다는 점에서 영국인에게 충격적이다. 인디펜던트는 “그 동안 영국에서 강력하게 작용하던 절제와 관용의 문화적 규범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폭동을 일으킨 10대 청년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폭력에 대해 책임을 묻고 사회 재건에도 참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폭동 중북부로 이동 피해규모도 커져
10일은 맨체스터와 노팅엄 등 중북부 지역의 폭동이 더 거세 지역의 상점과 경찰서가 공격을 받았다. 버밍엄에서는 아시아계 남성 3명이 뺑소니 사고로 숨졌다. 극우단체 영국수호동맹(EDL)이 회원들을 동원해 질서 유지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는 등 폭동이 인종간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다만 1만6,000명의 경찰이 증강 배치된 런던에서는 폭동이 수그러들었다. 보험사들은 이날까지 피해 규모를 1억6,230억달러(약 1,755억원)로 추산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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