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 정치의 실패가 키운 금융위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정치의 실패가 키운 금융위기

입력
2011.08.10 11:50
0 0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며칠 째 패닉상태에 빠져서 요동치고 있다. 세계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미국이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수모를 당하고 세계경제를 위기에 빠트린 말썽꾼으로 전락한 결정적 이유는 국가부채가 천문학적 규모로 증가했고, 이러한 부채문제를 해결할 미국의 의지와 능력에 대한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세계 최대 채무국이 된 것은 꽤 오래 전부터이지만, 최근 몇 년간 금융위기 극복과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국가부채가 급속히 증가해 현재 미국의 부채는 14조 3,000억 달러에 달하고, GDP 대비 국가부채의 비율도 100%에 가깝다.

하수 정치가 부른 금융 패닉

이러한 경제적 요인 이외에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한 직접적 이유로 미국의 정치적 교착상태와 리더십의 실종이 작용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용등급 강등을 결정한 S&P 책임자도 국가부채 상한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민주당 정부와 공화당 지도부 사이의 극단적 대립과 정치적 교착상태가 신용등급 강등의 주요 이유로 지적하고 있다. 말하자면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는 미국정치의 실패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미국정치에서 정당간의 이념적 거리가 커지면서 협상과 타협이 어려워지고 대결과 갈등의 정치가 일상화되는 정당정치의 양극화의 추세가 나타났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엔 작은 정부와 세금인하를 내세운 보수적 유권자 조직인 티파티가 급속히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공화당을 장악한 결과, 공화당내 강경파가 오바마 정부의 각종 경기부양정책과 의료보험 개혁 등에 저항하면서 대립과 갈등이 심화됐다.

이번 부채한도 협상에서도 티파티의 압력아래 공화당 지도부가 타협을 거부하는 경직된 입장을 유지하면서 디폴트 직전까지 교착상태가 지속됐다. 2일 극적으로 재정적자 감축 법안이 타결됐으나, 합의된 재정적자 축소 방안의 규모도 국가부채를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향후 재정적자 감축 방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도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의견 차를 좁히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신용등급 하락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 정치권에서도 신용등급 하락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있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무책임한 워싱턴 정가를 비판하고 나섰다.

지금으로선 미국발 금융위기의 진행과 파장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지만, 세계경제의 침체가 길어지고 금융시장의 혼란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한 듯하다. 오바마 정부로선 내년 재선을 앞두고 재정감축을 추진하는 것도 정치적 부담이고, 정부지출을 급격하게 줄일 경우 미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 딜레마다. 또한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글로벌 공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럽은 국가부도 위기에 처해있는 유로존 국가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에도 벅차다. 그나마 사정이 괜찮은 중국이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추진한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인플레이션의 우려 때문에 주저하는 모습이다.

사태 주시하면서 대응책 마련해야

미국발 금융위기는 한국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을 뿐 아니라 수출의존도가 큰 실물경제에도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한국의 정치권이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등 복지경쟁을 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급속히 나빠질 수 있다는 점도 걱정된다.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의 경제적 위상이 하락하면 미국의 군사적 패권도 약화될 수 있고, 동아시아의 세력균형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으로서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진전과 파장을 지켜보면서 대응책을 고민해야 될 시점이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아세아문제연구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