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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인생의 시작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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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인생의 시작이란

입력
2011.08.1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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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의 대중예술문화계가 떠들썩하다. 이미 가요계에서는 케이팝(K-POP) 열풍으로 아시아는 물론 유럽까지 돌풍을 일으키며 값진 공연을 하고 있다. 탄탄한 경제력과 자신만의 문화를 결성하고 있는 유럽 대륙까지 당당히 입성해 그곳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마술 같은 대중음악의 힘을 발휘했다는 점은 동양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 대중음악이란 작은 장르에 불과한 미비한 문화영역의 일부였던 것이다. 가끔 외국 가수가 우리나라 공연장을 찾을 때면 큰 사건이 일어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당시 문화적 차이는 큰 충격으로 와 닿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수십 년 만에 역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또한 언젠가부터 일반인들을 상대로 각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이색적인 오디션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다. 음악, 연기 등 장르도 다양하다. 거기에 참가하는 이들의 도전과 열정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울고 웃게 한다.

그 많은 프로그램 중 유독 마음에 와 닿는 오디션이 있었다. 중년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한 프로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모 방송국에서 하는 합창단 모집 과정이었는데 특이한 것이 만52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나이 조건이었다. 보통 클래식계에서도 오케스트라 입단 오디션이나 유명 콩쿠르는 나이 제한이 몇 세 이하라는 조건이 있기에 나로서는 이 특별한 합창단의 조건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조건으로 선발된 단원들이 어떤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이 합창단 오디션 참가자들의 첫 등장은 한 눈에 봐도 살아 온 세월이 그냥 묻어나는 모습 그 자체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무대도 아닌 오디션장에 한 번 설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며 기쁨과 감사를 표하는 것이 처음에는 의아했다. 실제로 클래식을 전공한 이들도 있었고, 수 년 간 병수발을 해온 배우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평생 고생만 하신 어머니, 아내의 꿈을 잊지 않고 찾아주기 위해 신청한 남편 등 주위 가족을 위해 신청한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스스로의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음악이 진심으로 좋아서 등 참가 이유도 다양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에 사연도 가지각색이었다. 모두가 끊임없이 주어지는 아버지, 어머니, 가장, 아내로서의 역할과 일 때문에 사느라 바빴고 우여곡절의 인생을 겪다 보니 어느새 꿈과는 거리가 먼 자리에 와 있는 자신과 가족들을 발견하게 됐단다. 어느 한 계기가 이들을 모이게 하였고 모두 다른 삶을 살던 이들이지만 여기서 우리가 볼 수 있었던 그들의 공통분모는 '꿈'이라는 목표가 있었고 당락과는 관계없이 결말은 '행복'이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현상들을 보면서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이미 황혼기에 접어든 이들까지 자신의 꿈에 대해 갈망하는 사람들이 저변에 얼마나 많이 존재하고 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의 욕구가 클래식음악, 미술, 대중음악 등 어떠한 형태로든 예술문화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지나가는 유행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랜 기간 힘든 세월을 보내느라 억압되어 있던 정서적인 욕구의 사각지대가 드러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정서는 어느 나라보다도 특별하고 뛰어나다. 단지 시대마다 힘든 상황을 극복하기에 경황이 없었을 뿐이었으리라.

송재광 이화여대 음대 교수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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